'긴급차량수리' 위장 납치.살해조직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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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각종 납치용 도구를 갖추고 '긴급차량수리' 라고 쓰인 봉고차를 몰고 다니며 납치.살해 행각을 벌여온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광주 남부경찰서는 4일 고속도로 휴게소에 주차 중인 새 중형승용차를 펑크낸 뒤 따라가 승용차에 타고 있던 20대 여자 2명을 납치, 금품을 빼앗고 살해 암매장한 혐의 (강도살인 등) 로 손경수 (孫敬秀.40. 무직. 경기도 안양시 관양동). 임홍중 (林洪仲.30. 무직. 경기도 안산시 초지동) 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달아난 공범 李덕헌 (30.서울 내발산동) 씨는 수배했다.

孫씨 등은 지난달 24일 오전 2시30분쯤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천안삼거리휴게소 주차장에서 金모 (29.여.직업소개소 직원.광주시) 씨의 EF쏘나타 승용차 뒷바퀴에 쇠못을 박았다.

이들은 '긴급차량수리' 라고 쓰인 봉고차로 2㎞를 뒤따라가 "펑크를 고쳐 주겠다" 고 속여 운전자 金씨와 후배 등 2명을 경기도 군포시 당동 자신들의 아지트로 납치했다.

이어 이들을 성폭행하고 수표 1천4백만원 (구인 비용) 과 차량 등 금품 3천여만원을 빼앗은 뒤 지난달 26일 목졸라 죽여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다.

범인 가운데 孫.林씨는 지난해 9월 대전에서 비슷한 수법으로 부산의 한 중소기업 사장 등 2명을 납치, 1억2천만원을 빼앗아 지명수배됐다.

경찰은 이들의 차량과 아지트에서 손도끼.전자충격기 등 범행도구 60여점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여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이들은 요즘 타이어가 단순한 못으로는 펑크가 안나자 대롱처럼 생겨 바람이 빠지도록 한 특수못을 제작해 사용, '납치주식회사' 를 차린 형상이었다.

孫씨 등은 지명수배된 자신들의 은신처.범행 등이 신고될 것을 우려해 여자 두명을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전과 3~10범으로 교도소 등지에서 서로 알게 된 사이다.

숨진 운전자 金씨는 서울에 있는 구직자를 광주로 데려오기 위해 후배와 함께 상경 중이었다.

광주 =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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