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주총 개인주주 바람…참여늘고 경영부진 추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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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의 없습니다" 라는 말 한마디로 일사천리의 요식행위로 끝나곤 했던 일본기업들의 주주총회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쳤다.

지난달말 마무리된 일본의 3월 결산기업들의 주총에서는 경찰 단속으로 총회꾼들이 잠잠해진 반면, 개인주주들이 대거 참석해 적극적인 발언에 나섰다. 장기불황으로 기업도산이 늘어나자 개인들이 자신의 주식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 민감해진데다 회사 측에 무언가 한마디는 해둬야겠다는 참여의식이 확산된데 따른 것이다.

소니.NEC.히타치 (日立).닛산 (日産).NTT 등 대기업들의 경우 참석자수가 98년에 비해 30%이상 늘었다. 개인주주의 발언자 수도 소니의 경우 지난해 3명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11명으로, NEC가 5명에서 13명으로, 도쿄 (東京) 전력이 11명에서 21명으로 각각 늘었다.

개인주주들의 발언은 대개 경영부진에 대한 추궁으로 모아졌고 회사 측은 사과와 변명을 늘어놓느라 바빴다. 해외에서 거액의 손실을 본 노무라증권의 경우 주주들의 추궁이 잇따르자 결국 우지이에 준이치 (氏家純一) 사장이 "주주들에게 깊이 사죄한다" 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게임.음악CD 업체들은 젊은 주주들이 많다는 점을 의식, 참석하기 좋게 일요일로 날을 잡거나 부대행사를 기획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게임기 제작사인 NAMCO는 일요일인 지난달 27일 주총장에 무료게임룸을 설치, '가족동반 주총' 을 열었고 한 CD업체는 유흥가인 롯폰기 (六本木) 의 디스코장 '벨파레' 에서 주총을 열었다.

도쿄 = 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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