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첨단기법이 빚은 섬세한 영상-KBS방영 '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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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4일 방영된 KBS1 '새의 일생' 을 본 시청자는 프로 마지막에 올라간 제작진 목록에 놀랐을 것. 웬만한 영화에 버금가는 많은 사람들이 소개된다. 영국 BBC가 1백30여억원을 들여 새의 모든 것을 담은 10부작 자연다큐다. 카메라맨 48명이 40만㎞ (지구 10바퀴) 를 돌아가며 찍었다.

부러움이 앞선다. 최근 자연다큐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긴 했으나 아직도 제작면에서 큰 변화가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 여타 프로에 비해 품이 많이 들어가나 '대접' 을 받지 못한다. 시청자 식성이 드라마.오락에 편중되기 때문.

반면 '새의 일생' 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우리도 세계시장에서 겨룰 수 있는 작품을 내놓으려면 그만한 투자와 전문가 양성이 절실하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새의…' 제작자는 데이비드 아텐보로. 국내에서도 명저 '식물의 사생활' 로 유명한 자연다큐 대가다.

1편의 주제는 '날 것인가, 말 것인가?' .시간상으론 3억5천년 전부터 최근까지, 공간상으론 남미 갈라파고스제도부터 중국 습지대까지 아우르며 새들이 날 수 있게된 과정을 훑는다. 미세촬영.야간촬영 등 첨단기법이 빚어내는 섬세한 영상이 여운을 남긴다.

컴퓨터 합성기술도 적절하게 사용했다. 1억5천만년 전 하늘과 바다를 지배했던 익룡의 비행장면이 현실처럼 다가온다. 중국 퇴적암 지역에서 화석 상태로 발견된 물새 (오늘날 타조와 비슷한 모양) 를 재현하고, 인간에 의해 멸종된 뉴질랜드의 거조 모아 (2m 키에 2백㎏이 나가는 것도 있음) 도 복원해낸다.

특히 한 지역의 조류에 국한하지 않고 새 자체가 진화과정에서 육식 포유류의 공격을 피하려는 목적에서 비상하게 된 이유를 쉽게 풀어가고 있다. 포유류 위협이 없는 갈라파고스제도의 가마우지가 다른 곳 가마우지와 달리 날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

온 가족이 보기에 알맞다. 나머지 9편도 매주 일요일마다 찾아갈 예정이다. 오전 9시라는 시간이 부담스럽다는 것을 빼고.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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