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줄이고 수입 규제 풀어 공급 경쟁시켜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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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호 12면

기름 값이 떨어지면 소비자에게 유리하다. 물가를 낮추는 효과도 크다. 마트 주유소를 늘리려는 정부 정책에 불만이 큰 주유소들조차 부인하지 못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마트 주유소가 고유가 구조를 바꾸는 근본적인 처방이냐는 데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주유소가 희생양이 되고 있다”(정상필 한국주유소협회 기획팀장)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기름 값 떨어지려면

기름 값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세금과 막대한 이익을 남기는 정유사의 책임까지 주유소에 떠넘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정부와 정유사, 주유소가 서로 편을 바꿔가며 옥신각신하고 있다.

유류세를 두곤 정유사와 주유소 업계가 연합해 정부와 맞서고 있다. 지나치게 많은 유류세를 줄여달라는 요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한국의 유류세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한시적으로 적용됐던 유류세 10% 인하가 끝나고 1%이던 원유 수입 관세가 3%로 오르면서 기름 값에서 차지하는 세금 비중이 지난해 46.2%에서 현재 53.4%로 커졌다. 미국(15%)은 물론 일본(46%)보다 높다.

오강현 대한석유협회장은 지난 15일 “원유 가격과 국제 휘발유 가격이 낮아졌지만 유류세와 원유 관세 등을 감안하면 현재 가격이 높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제마진은 정부와 주유소로부터 정유사가 협공을 당하고 있는 부분이다. 주유소들은 “정유사들이 비싸게 주는 공급가를 낮춰야만 소비자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에는 유가가 고공행진을 벌이는 틈을 타 사상 최대 실적을 구가했던 정유사들이 과도한 이익을 챙기지 않았느냐는 의구심이 깔려 있다. 정 팀장은 “이마트는 SK, 롯데마트는 에쓰오일, 농협은 현대정유 기름을 각각 팔고 있다”며 “주유소와 마트 사이에서 소매 경쟁을 시켜도 정작 정유사들은 영향을 받지 않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L당 정제마진이 13.1원에 불과하다는 업계의 엄살을 별로 믿지 않는 눈치다. 공정거래위는 16일 ‘석유시장은 4대 정유사 과점 체제가 고착화된 시장 구조’라는 정책보고서를 내놨다.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4개 사의 시장점유율이 98.5%나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주유소 공급가를 공개하도록 한 데 이어 해외 직수입을 검토하는 등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성시헌 지식경제부 석유산업과장은 “마트 주유소는 정부와 지자체, 대형 유통업체와 주유소·정유업계의 이해가 엇갈려 풀기 쉽지 않은 문제”라며 “소매 유통 채널에서의 경쟁은 물론 정유사들 간의 공급 경쟁도 촉진해 최대한 가격이 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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