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앞둔 두 신예감독 데뷔작 '질주' '댄스댄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청춘영화가 달려온다. 한 작품은 강렬한 비트의 리듬으로, 다른 하나는 현란한 몸짓으로 찾아 온다.

젊은이들에게 언어는 어쩌면 구속이다. 늘 해방과 자유를 열망하는 젊은이들이 찾고자하는 그 '무엇' , 즉 새로운 소통도구는 바로 노래와 춤이다. 세기말 그런 젊은이들의 풍속도를 영화가 싱싱한 빛깔로 채색 중이다.

다음달 개봉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한울씨네의 '질주' (8월 21일 개봉) 와 두인컴의 '댄스 댄스' (14일 개봉)가 그런 작품들. 먼저 '질주' 는 록음악을 바탕으로 한 신나고 씩씩한 작품. 이 영화로 연출 데뷔하는 이상인 (34) 감독은 "한국 청춘영화의 새 문법을 찾아보겠다" 고 벼른다. 그의 말.

" '비트' 나 '태양은 없다' 등 최근의 청춘영화는 리얼리티를 살리지 못했고 주인공의 '영웅화' 가 지나쳤다. " 그래서 이감독은 70년대를 되돌아보고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 에서 그 원형의 단서를 찾았다.

'바보들의 행진' 이 리얼리티와 대중성을 적절히 가미한 한국영화의 '뉴웨이브' 였듯이 그런 식으로 21세기 청춘영화의 새 흐름을 제시하겠다는 것이 이 영화의 목표다.

'질주' 는 같은 빌딩에 둥지를 틀고 살아가는 4명의 아르바이트생들이 펼치는 사랑과 우정, 좌절과 도전을 담은 작품. 이 영화의 꽃은 클럽 프리버드에서 로커로 젊음을 발산하는 들꽃 '바람'. 서울대를 졸업한 후 실제로 인디밴드 허클베리핀을 조직해 홍대 앞에서 활동했던 여성 록커 남상아가 주인공을 맡았다.

'죽이다' '불을 지르는 아이' 등 자신의 대표곡 4곡을 직접 부른다. TV드라마 '용의 눈물' 의 이민우가 상대역. 영화의 리듬감을 살리기 위해 95%를 핸드헬드 (들고 찍기) 등으로 촬영했다.

한편 영화 '댄스 댄스' 에서 청춘의 기호는 춤 (몸짓) 이다. 춤을 통해 서로 가까워져 일상으로부터 일탈을 꿈꾸는 의대생 준영 (주진모) 과 재즈 댄서 진아 (황인영) 의 이야기. 영화는 그 일탈을 성장에 꼭 필요한 통과의례로 본다.

프랑스 유학파 문성욱 (32) 감독의 데뷔작. '플래시 댄스' 등 할리우드의 춤 영화는 더러 소개됐지만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작업이다.

두 영화는 청춘영화란 공통점 외에 한국영화 제작 시스템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란 점에서도 주목된다. 기존 충무로의 대형 상업영화와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참신한 기획과 저예산 (순제작비 10억원 안팎) , 비스타 기용으로 '틈새시장' 을 파고 들겠다는 것.

'질주' 의 이감독은 이를 '대안영화 (Counter Cinema)' 라고 이름 붙인다. 그에 따르면 할리우드도 로버트 알트먼 등 '대안영화' 감독들이 있기 때문에 건강성이 유지된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단편영화 출신인 이들 신인 감독들의 작품이 관객과 만나기 위해서는 험난한 '벽' 을 뛰어 넘어야 한다. 유통망 (극장) 을 잡지 못하면 아무리 훌륭한 영화라도 빛도 보지못하고 묻혀 버리기 십상. 영화사 봄의 오정완 대표는 "비주류인 이런 영화들이 시장에 다양하게 나와야 한국영화 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 이라며 관객들의 특별한 사랑을 부탁했다.

정재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