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 9초94 … 국내서 21년 만에 100m 9초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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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70m 지점에서 게이가 치고 나와 결승선을 통과하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전광판에는 ‘9초94’의 기록이 찍혔다. 대구 시민들은 21년 만에 국내에서 9초대 100m 기록을 선물한 게이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게이가 25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대구국제육상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9초94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라이벌 아사파 파월(자메이카)은 10초00으로 2위를 차지했다. 게이의 기록은 88서울올림픽 당시 칼 루이스(미국·9초92)와 벤 존슨(캐나다·9초87)이 9초대 기록을 세운 후 21년 만에 국내에서 나온 대기록이었다.

대구국제육상대회 남자 100m에서 타이슨 게이(오른쪽)와 아사파 파월(가운데)이 막판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게이가 9초94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대구=사진공동취재단]

◆21년 전처럼 뜨거운 맞대결=4번 레인 게이와 5번 레인 파월 사이에는 21년 전 루이스와 존슨 때처럼 팽팽한 경쟁심이 흘렀다. 경기 직전 관중을 향해 춤을 추던 파월과 달리 게이는 긴장한 눈빛이 역력했다. 경기 전날만 해도 “부상당하지 않는 게 우선이다. 허벅지가 아프다”면서 의욕을 보이지 않던 게이는 총성이 울리자 야수로 돌변했다. 세계 최강자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는 없지만 파월에게만은 질 수 없다는 의지가 번뜩였다. 게이는 0.118초의 반응 속도로 가장 빠르게 출발했다. 파월은 이내 게이에게 따라 붙었다. 하지만 막판 스퍼트는 역시 게이가 강했다. 60m 지점부터 게이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파월과 간격은 벌어졌다. 게이는 단 한 번도 파월에게 추격당하지 않고 완벽한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한국 선수들은 여전히 무기력했다. 기대를 모은 임희남(광주광역시청)은 10초69에 그쳤다.

◆인사치레만 한 미녀새=대구에서 5m를 날 수 있을 지 기대를 모은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는 4m60㎝의 저조한 기록을 남겼지만 여자 장대높이뛰기 우승을 차지했다. 최근 스위스에서 5m06㎝로 개인 통산 27번째 세계신기록을 달성한 그는 4m60㎝를 1차 시기에 가뿐히 넘은 후 곧바로 4m85㎝로 올렸다. 하지만 세 차례 시도에서 모두 실패했다. 그는 2006년부터 4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기대를 모았던 임은지(연제구청)와 최윤희(원광대)는 나란히 4m로 공동 7위에 머물렀다.

◆정순옥 3위가 그나마 위안=여자 멀리뛰기에 도전한 정순옥(26·안동시청)은 의욕이 넘쳤다. 베를린 세계대회에서 결선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씻겠다는 각오로 온 힘을 다해 도약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자신이 세운 한국신기록(6m76㎝)을 깨는 데는 실패했다. 1, 2차 시기 파울을 범한 정순옥은 3차 시기 때 6m52㎝를 뛰며 기사회생했지만 마지막 4차 시기 때 6m50㎝에 머물렀다. 그는 레베데바(러시아·6m78㎝)·지모(미국·6m73㎝)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대구=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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