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억류 민씨 5박6일 상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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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에 억류됐던 금강산 관광객 민영미 (閔泳美) 씨는 북측으로부터 조사받는 과정에서 귀순 유도 발언을 했다는 내용의 진술서 작성을 끈질기게 요구받았다.

閔씨는 결국 이같은 내용이 담긴 사죄문을 북한측에 제출한 뒤 풀려났으며 이 과정에서 북한측은 권총을 찬 경비원을 동원하는가 하면 서류로 책상을 내리치는 등 강압적 분위기를 연출한 것으로 우리측 조사 결과 밝혀졌다.

다음은 우리측 합동조사반의 조사 발표를 통해 본 閔씨 억류.조사.석방 상황.

◇ 억류 경위 = 지난 20일 오후 2시쯤 구룡폭포 관광 도중 閔씨가 북측 환경감시원과 대화 도중 귀순자 전철우.김용씨 얘기를 꺼내자 북측 감시원이 갑자기 관광증을 압수했다.

이어 여자 감시원이 나타나 벌금 1백달러와 함께 사죄문을 요구.閔씨는 감시원이 불러주는 대로 '금강산 관광을 와서 법칙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여 1백달러를 낸다' 는 내용의 사죄문을 작성했다.

◇ 북측 신문 = 억류 다음날인 21일 새벽부터 풀려나기 전날까지 매일 조사가 진행됐다.

21일 오전 2시쯤 조사관 3명이 들어와 귀순 유도 발언을 시인하는 사죄문 작성을 강요했으나 閔씨는 "말을 걸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 는 내용이 적힌 경위서만을 내는 등 북측의 요구에 불응. 북측 조사관들은 이에 대해 "누구의 지시를 받고 왔느냐. 솔직히 말하지 않으면 3년이고 10년이고 맛을 봐야 한다" 고 위협하면서 서류뭉치로 책상을 내리쳤다.

閔씨는 조사가 강행되면서 극도의 불안감으로 21일과 22일 두차례에 걸쳐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도 했다.

◇ 사죄문 작성 = 평양에서 온 조사관들에 의해 23일 오전부터 집중 신문을 받았다.

이들은 24일 오전까지 閔씨가 자신들의 요구대로 응하지 않자 오후 들어 A4용지 2장반 분량의 사죄문을 주면서 "초안이니 읽어보고 베껴 쓰라" 고 강요. 閔씨는 심신이 피로해진 상태에서 자포자기 심정으로 이를 수용해 사죄문을 작성해 제출.

◇ 석방 = 25일 오후 5시20분쯤 조사관 2명이 들어와 "떠날 준비를 서두르라" 며 석방사실을 통보.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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