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른 무더위 철없는 모기 극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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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모기와의 전쟁 - ' .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로 모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모기 수도 지역에 따라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모기떼의 극성으로 방충망을 쓰고 농사일을 해야 하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생활 풍속도까지 바꿔 놓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지난해보다 훨씬 높은 강도의 모기 퇴치작전에 나섰으나 별 효과를 못보고 있는 실정이다.

◇ 모기들의 공습 = 이른 봄부터 모기가 돌아다니기 시작한 서울 반포동 주공3단지 아파트 주민들은 5월 중순부터는 집집마다 모기장을 쳐 놓을 정도로 모기에 시달리고 있다.

주민 황애덕 (黃愛德.52.여) 씨는 "모기장이 없으면 잠자기 힘들다" 며 "일부 주민들은 저녁 식사까지 모기장 안에서 할 정도" 라고 말했다.

숲이 많은 서울 서초동 일대와 양재천 인근의 서초구 양재동, 강남구 포이동.대치동 주민들도 모기떼 극성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무더위 속에 긴 팔 옷을 입는 것은 보통이다.

'모기 마을' 로 유명한 울산시 울주군 청량면 용암리 오대.오천마을 주민들은 요즘 모기 때문에 머리에 방충망을 쓰고 밭일을 한다.

주민들은 또 집집마다 밤에 모기 집멸등을 켜놓아 모기소탕에 나선다.

오대마을 김은곤 (金銀坤.42) 이장은 "올해는 모기가 보름 정도 일찍 나오고 너무 많아 밤만 되면 애들은 밖에 나가지 못하도록 출입금지령을 내려놓고 있다" 고 말했다.

울주군 여직원 朴모 (23) 씨는 "이달 들어 치마를 못 입고 바지만 입고 근무할 정도" 라고 하소연했다.

대전시와 충남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 21, 22일 대전시 외삼동과 충남 연기.논산.당진 등 네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모기유행 예측 조사' 결과 채집된 모기 수는 지난해보다 30%에서 최고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삼동에서는 이틀간 2만1천여마리가 발견돼 지난해 같은 시기 9천3백여마리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일본뇌염을 매개하는 작은 빨간집 모기도 이때 한마리가 잡혔다.

전주시 중화산동에 사는 정재근 (鄭在根.39.회사원) 씨는 "아이들의 팔.다리가 모기에 물려 상처투성이" 라며 "아이들이 이사를 가자고 조른다" 고 말했다.

◇ 대책 = 서울시는 60년대 후반부터 실시해 오던 연막소독을 올해부터 폐지하고 이달부터 모기 천적인 미꾸라지를 동원, 유충 (幼蟲) 단계에서 모기를 퇴치하는 체계를 새로 도입키로 했다.

모기 알은 유충 (일명 장구벌레) 상태로 물속에서 1~2주 가량 지내는데 미꾸라지 한마리가 하루 1천마리의 장구벌레를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는 또 연막소독이 대기오염 소지가 있어 내년부터 폐지하고 분무소독을 확대하기로 했다.

울주군은 방역을 하다 못해 겨울철 모기 서식지인 마을 앞 저습지를 펄로 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 김용세 (金容世) 계장은 "방역과 함께 모기 번식이 쉬운 집 주변 웅덩이.고인물 등을 빨리 청소하는 게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 이라고 충고했다.

서형식.황선윤.김방현.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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