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터널에 바친 ‘영광의 4개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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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식품엑스포에 많은 관람객이 몰려 밤낮없이 일한 것이 효과를 거둬 너무 기뻐요.”

벗겨진 이마 탓에 더욱 검게 그을린 모습의 우호철(52·사진 가운데) 천안시 농업기술센터 채소특작팀장. 관람객이 행사장에 들어서면서 탄성을 지르게 했던 ‘웰빙터널’이 우 팀장과 그 팀원들 작품이다. 정문의 ‘웰빙 꽃터널’과 경관 육교 쪽 ‘웰빙 작물터널’.

우 팀장을 비롯한 채소특작팀 5명의 팀원이 ‘터널 제작 오더’를 받아든 건 지난 5월. 지난 4개월 동안 ‘터널 공사’에 온 정열을 쏟았다.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멋진 꽃·작물 터널을 만들어야 한다.” 곽노일 연구보급과장의 지휘 아래 채소특작 팀원들이 손발이 돼 제작에 들어갔다. 길이는 각각 40m, 45m짜리 두개 터널.

다른 꽃도 아니고 웰빙 꽃과 웰빙 식물류로 그 긴 터널을 다 채워야 했다. 우선 아부틸론, 시계초, 여주 등 덩굴성 식물류로 화분 모종을 시작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나도 만족할 터널과는 거리가 멀었다. 몇개월 만에 터널 천정을 덩굴로 덮기도 쉽지 않았다.

갖은 아이디어를 짜내고 그걸 실행하는 고난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마침내 개막 1주일을 앞두고 터널 벽면이 아름다운 웰빙 꽃들로 채워져 꿈꾸던 본 모습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쩜 이렇게 예쁘게 만들었을까. 식물원에 들어온 기분이야.” 입장객 탄성이 쏟아졌다. 쌓였던 피로가 한순간에 가셨다.

그러나 고행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입장객이 돌아간 심야, 매일 3~4명이 꽃 교체작업을 하고 터널 관리를 했다.

“관람객들에게 항상 최상의 꽃 상태를 보여줘야 한다.” 웰빙식품주제관 내 식물농원 과수 돌보는 것도 이들의 몫이었다. 행사기간 내내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우 팀장은 “그 뜨겁던 여름, 비닐하우스 안에서 화분작업을 하던 일을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면서도 “입장객들 환호성에 모든 고통이 말끔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고향 천안 광덕면을 지금도 우직하게 지키고 있는 그는 “이번 웰빙식품엑스포를 준비하면서 농업과 함께 해온 공직생활이 더없이 자랑스럽고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농업기술센터 내에서 ‘우박사’로 통한다. 성환의 개구리참외 보급과 연구에 7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붙여진 별명이다. 씨없는 수박을 탄생시킨 고 우장춘 박사와 성(姓)이 같은 덕분이다.

그는 “이번 웰빙식품엑스포 개최로 농업직 공무원 생활 30년이 더욱 보람스럽다”고 말했다.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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