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아이디어+첨단 기술…틈새 고부가품 속속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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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무게 7.2㎏ (노트북의 두배) 으로 데스크톱보다 가볍고, 값은 2백만원대로 같은 기능의 노트북보다 싼 컴퓨터. 대우통신은 데스크톱과 노트북의 장점을 합친 '디노' 로 짭잘한 재미를 보고 있다.

지난해말 처음 나왔을 때 월 1천대 정도 팔렸으나 제품이 괜찮다고 소문나면서 요즘은 3천대 이상 팔린다. 사주팔자와 궁합.택일.이름풀이.손금풀이 등을 볼 수 있는 LG산전의 '사주천하 자동판매기' 는 시판 석달여만에 3백대 이상 팔렸다.자판기 시장이 그리 넓지 않고 가격이 7백만원선인 점을 감안할 때 성공적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LG산전 최우영 과장은 "동양철학 전문가의 고증을 거치는 등 3년간 연구하고 5억원의 개발비용을 들인 결과" 라고 밝혔다. 신제품 홍수속에 소비자 취향이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가운데서도 기발한 아이디어와 신기술의 고부가가치 제품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 사양산업이란 '오명' 에서 벗어난 섬유 = 한물간 산업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신기술 개발이 치열하다.

효성이 개발한 원사 '마이판 라이트' 는 스포츠웨어.텐트 등의 소재로 널리 쓰이면서 매출이 연초 월 10t에서 최근 30t으로 늘었다.

박도준 차장은 "기존의 폴리에스테르 원사보다 절반 정도로 가볍고, 면보다 3배 가량 보온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 이라고 말했다.

새한은 올초 2년간의 연구 끝에 맥반석과 섬유를 결합한 '맥반석 이온셔츠' 를 개발했다. 겨울에 보온성이 뛰어나고 여름에는 청량감을 줘 지금까지 5천장 이상 팔렸다.

◇ 튀어야 팔리는 가전 = 삼성과 LG가 '평면TV' , 대우와 LG가 '벽걸이TV' 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화면이 평평해 선명도를 높였다는 평면TV의 경우 삼성전자가 지난해말 첫 시판때 월 1천대 정도 팔았으나 지난달에는 5천5백대를 파는 급성장세다.

LG전자도 월 6천~7천대의 평면TV를 팔고 있다. 42인치 벽걸이TV 시판을 앞두고 있는 대우전자는 대당 8백50만원선의 고가인데도 이미 1백여대 이상 주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최근 속이 들여다 보이는 진공청소기 '진동팍팍 누드블루' 를 개발했다. 필터에 얼마나 먼지가 차 있는지 등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장점이 있어 LG 청소기 매출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 품질만 좋으면 비싸도 잘 팔리는 휴대폰 = 더 오래가고, 더 가벼운 휴대폰 경쟁이 끝이 없다. 지난달 중순 삼성전자가 선보인 최신형 휴대폰 '미니폴더' 는 표준형 배터리 1개로 7일간 켜놓을 수 있다. 2백50분간 계속 통화할 수도 있으며 무게는 80g에 불과하다. 값은 국내에서 가장 비싼 50만원대인데도 이달에만 2만7천대나 팔렸다.

LG정보통신도 '미셀 (011용)' 과 '파워 - L300 (017용)' 이 82g으로 가볍고, 대용량 배터리 1개로 4백20분간 연속 통화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삼성을 추격하고 있다.

◇ 중화학 분야도 신기술 경쟁 = 기술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변하지 않는다는 철강.기계.화학 등 중화학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포항제철은 '스틸캔 화분' 을 내놓았다. 철로 만든 음료수 캔을 화분 대용으로 쓴 아이디어 상품. 가파른 비탈길도 오를 수 있고 회전 속도가 빠른 현대중공업의 '휠 굴착기' 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금호타이어와 한국타이어의 '런플랫 타이어' 도 불황속 인기제품이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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