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화제 2선]군번찾는 625 첫 여해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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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국전 발발 직후인 50년 8월 27일. 제주동초등학교에 소녀티를 갓 벗은 여중생과 교사 등 1백26명이 모여들었다.

"나라를 지키겠다" 며 자원입대한 제주의 여성들이었다.

50년 9월 이들은 경남 진해에서 40여일 동안의 고된 훈련을 마치고 군번과 계급장을 받았다.

해병 4기. 우리나라 최초의 여해병이자 마지막 여해병이 탄생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 중 장교와 사병으로 복무한 76명을 제외한 50명은 '참전용사증' 도, 참전기록도 없이 마음속의 '군번' 만을 기억하고 있다.

훈련 직후 9.28 서울수복으로 전세가 호전돼 전투에 참가해 보지도 못한 채 당시 해군 통제부의 명령에 따라 귀향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귀향을 전역으로 생각하지만 군 측에서는 "전역근거가 없어 참전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 는 입장이어서 지금까지 무명용사로 지내왔다.

무명 여해병들은 94년부터 서로를 수소문해 11명이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

나머지 39명은 생사조차 불분명한 상태다.

김예순 (金禮順.64) 씨는 "중학교 재학중 입대해 훈련까지 받았던 사실을 후손과 후배 해병들에게 남기고 싶다" 고 안타까워 한다.

그녀가 기억하는 자신의 군번은 91097. "우리도 엄연히 한국전에 참전했는데 우리의 군번은 어디로 갔나요…. " 064 - 758 - 1033.

제주 =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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