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인간적 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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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 결승] ○·이원영(아마) ●·한웅규 초단

제9보(105~118)=사람이 하는 일에 ‘완벽한 설계’란 없다. “오늘의 일류 프로들이 바둑의 신과 둔다면 치수는 어떻게 될까”라고 물어보면 사람마다 다르다. 최철한 9단은 “바둑이 많이 발달해 거의 세세한 부분까지 연구가 끝나 있다. 아무리 신이라도 두 점을 접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서봉수 9단의 경우는 “석 점을 놔도 꼭 이긴다고 볼 수 없다”고 한다. 전보의 마지막 수인 백△는 말하자면 인간적인 실수다. 이런 곳을 젖히면 으레 선수라는 관성에 의해 무심코 젖힌 것이다. 하지만 이 수는 끝내기로도 작은 곳이고 더군다나 대마가 위태로운 지금 상황에선 더욱 턱없는 수였다. 절호의 기회를 잡은 한웅규가 105를 하나 선수한 뒤 107로 배후를 치고 들어왔다. 눈을 없앤 뒤 109로 포위한다. 이원영에게 천만다행인 것은 110의 탈출로가 아직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110으로 자칫 ‘참고도 1’ 백1을 선수하는 것은 망하는 수. 3으로 두 점 잡아야 한 집밖에 없고 뒤늦게 5로 나가려 해도 백1의 악수로 인해 불가하다(A와 B의 맞보기로 대마 사망). 110에 ‘참고도 2’처럼 당장 끊으려 하는 것은 흑이 안 된다. 하지만 흑은 그 약점을 이용하여 좌변을 상당히 무너뜨렸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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