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숙장관 '2만불' 파문…공직사회 허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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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손숙 (孫淑) 환경부장관이 지난달 러시아 공연때 기업인들로부터 '격려금 명목' 으로 미화 2만달러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직사회에 큰 파문이 일고 있다.

孫장관의 '격려금' 수수는 정부가 최근 공무원들이 5만원 이상의 선물을 받지 못하게 하고 경조사비 수수도 제한하는 등 '공직자 준수사항' 을 제정하면서까지 도덕성 회복과 부정부패 척결에 나선 것과 맞물려 알려진 것이어서 더욱 충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서울시 朴모 (47) 과장은 "공무원들에게는 '5만원 이상 선물은 받지 말라, 경조사도 알리지 말라' 며 옥죄면서 장관은 격려금조로 2만달러를 아무 생각없이 받았다니 말이 되느냐" 며 "제대로 된 공직사회 풍토를 만들려면 윗사람이 몸가짐을 똑바로 해야 할 것" 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건교부 李모 국장도 "경조사비도 3만원선으로 묶은 마당에 아무리 연극무대라는 특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장관이 일시불로 거액의 달러를 받았다는 것은 지나친 것 같다" 고 말했다.

서울시내 한 경찰서장은 "자신은 연극인의 신분으로 돈을 받았다고 하지만 장관의 신분을 망각한 채 거액의 돈을 받았다는데 어이가 없다" 며 "아무리 대가성이 없다고 할지라도 공직자 기강확립이 절실한 이때 장관 스스로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전체 공직사회를 위해 마땅하다" 고 강조했다.

최근 발표된 '공직자 10대 준수사항' 을 기획한 행정자치부 관계자도 "장관이 아니면 50여명의 기업인들이 러시아까지 가서 2만달러를 줬겠느냐" 며 " '순수성' 을 명분으로 공무원들이 기업.단체 등으로부터 회식비 등을 받아도 된다는 선례로 비쳐질까 우려된다" 고 지적했다.

孫장관이 속한 환경부 직원들은 일손이 제대로 안잡히는 듯 삼삼오오 모여 "당시 장관이 취임한지 6일밖에 안돼 공직사회를 제대로 몰랐기 때문에 빚어진 게 아니냐" 며 사태가 한시바삐 진정되기를 바라는 표정들이었다.

한 고위간부는 "팔당물 이용부담금 부과.낙동강 수질개선계획 수립 등 장관이 해결해야 할 현안과제가 산적해 있는데 난감하게 됐다" 며 "특히 환경업무는 오염배출 업소에 대한 감시업무가 중요한데 격려금 사건으로 국민이 불신을 가질까 걱정된다" 고 말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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