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땅값 갈수록 '울퉁불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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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수도권.제주 등 개발 잠재력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땅값이 들먹거리고 있다. 아파트 건립이 가능한 서울 근교 인기지역 준농림지는 환란 (換亂) 전보다 최고 80%가량 오르는 등 전반적으로 상승 분위기다.

국제자유화 도시 개발 계획이 발표된 제주도는 서울 등지의 땅전문 부동산업자들이 앞다퉈 땅 매입 경쟁에 나서 일부 지역의 땅값은 최근 몇개월새 20~30%정도 상승했다.

이런 분위기를 이용, 부동산업자들은 지방의 땅을 무더기로 확보해 서울 등지에서 2~3배 웃돈을 붙여 되파는 일이 성행하고 있다. 하지만 한때 땅 투기가 극심했던 전남 무안군 일대와 강원도 폐광지역 주변의 땅값은 되레 하락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 상승지역 = 땅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아파트 부지로 인기가 높은 경기도 용인시의 수지.죽전.신봉리.성복리 일대와 신도시 조성설이 나돌고 있는 성남시 판교 일대. 아파트 건설용지의 경우 평당 1백50만~2백만원선으로 지난해 70만~80만원의 두 배 수준이다.

일산 신도시 인근인 풍동.가좌동.대화동 일대도 강세지역. 지난해 평당 60만~70만원선에 거래됐던 풍동의 아파트 부지값이 평당 1백50만~1백80만원선으로 올랐다. 이는 환란 전 1백만원보다 50~80% 더 비싼 수준이다.

파주시 교하택지개발지구 인근의 다율리.와동리 일대는 IMF전 1백만원 정도 하던 땅값이 1백5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가장 낮은 시기보다 두배 가량 올랐다.

경기도 광주군 오포면 고산리 일대 화성군 태안읍 일대도 IMF전 보다 값이 높게 형성돼 있다.

제주도는 지난 3월말 국제자유화도시로 개발한다는 정부 방침에 힘입어 준농림지를 사려는 외지인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값이 많이 뛰었다. 거래도 활발해 지난 4월에만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30% 가까이 늘어났다 전남 목포시 압해도도 강세. 지난해 평당 1만~2만원 하던 준농림지가 최근 7만~8만원선까지 올랐다

◇ 땅값 하락지역 = 폐광지역인 강원도 태백시 일대 토지시장은 꽁꽁 얼어 붙었다. 폐광지역 개발계획 발표이후 땅값이 너무 오른데다 개발사업의 채산성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태백시 복공인 이형남 사장은 "임야는 IMF전보다 70~80%나 떨어진 상태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 며 "매물은 홍수를 이루고 있으나 사려는 사람은 전혀 없다" 고 말했다.

한때 투기바람이 거셌던 전남 무안군 망운.운남.일로.삼향면 등 국제공항.도청이전 후보지 땅들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거래가 뚝 끊긴 상태며 값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몇십만평을 서울로 공수해 판매하던 부동산업자들이 팔 것 다 팔고 이 지역에서 손을 털고 떠난 것도 땅값 하락의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때 전원주택단지가 대거 들어섰던 남양주시 화도읍 수동면 일대의 준농림지도 외환위기 이후 값이 떨어진 뒤 전혀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외 개발계획이 전혀 없는 지방의 토지시장은 여전히 냉기가 가득하다.

◇ 전망 = 경기회복 추세에도 불구하고 토지 시장의 불안요인은 가시지 않고 있다. 수도권 인기지역 준농림지나 개발이 가시화된 곳은 수요가 풍성해 전망이 밝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은 기대할 게 없는 분위기다.

토지시장을 떠받치는 중산층이 대량 붕괴된데다 기업의 설비투자가 살아나지 않아 개발사업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도 외형상으로는 성장세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낙관할 입장이 못되는 상황이다. 경제 호황에 따른 땅값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아파트를 제외한 일반 개발사업도 당분간 침체될 전망이다. 사업비가 많이 투입되는 반면 투자비 회수기간이 길기때문. 다만, 도로.택지개발 등 계획적으로 사업이 추진되는 곳은 땅값이 오를 소지가 많다.

최영진.김남중.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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