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보위 설전] 햇볕 득실 대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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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8일 열린 국회 정보위는 햇볕정책 시비로 시끌벅적했다.

정보위가 여야 합의로 열린 것은 7개월 만이다.

정보위는 '국회 529호 사건' 으로 여당 단독회의가 두차례 열리긴 했지만 사실상 공전해 왔다.

'국회 529호 사건' 은 국가정보원이 국회를 감시하기 위해 국회 본관에 별도 사무실을 운영한다고 야당이 제기함으로써 빚어진 시비. 529호실 폐쇄와 이종찬 (李鍾贊) 당시 원장의 퇴진을 주장해온 야당 요구가 결과적으로 '관철' 된 셈이어서 회의는 모처럼 화기애애한 가운데 열렸다.

서해 교전 등 최근 정세와 현안에 대한 천용택 (千容宅) 원장의 보고에 이어 의원들의 공격성 질의가 이어졌다.

특히 "정부의 햇볕정책 기조가 잘못됐다" 는 야당측 질책과 질문공세가 거칠었다.

의원들은 "경비정이 침범한 서해 북방한계선 (NLL) 의 법적 해석이 뭐냐" "서해에선 총격전을 벌이면서 동해에선 금강산 관광을 진행, 비료와 달러를 북한에 쏟아붓고 있는데 사용처는 확인하고 있나" "북한이 서해 사태를 일으킨 정확한 의도가 뭐냐" 고 추궁했다.

한나라당 양정규 (梁正圭) 의원은 "북한 경비정이 NLL을 침범한 데 대해 정부가 '월선' 이라고 했다가 지난 8일 '도발' 로 개념을 정정했는데도 국정원이 18일 작성한 보고서엔 월선으로 돼있다" 면서 "국정원이 이번 사건을 안이하게 보는 안보의식의 해이가 아니냐" 고 몰아붙였다.

한참 논란을 거듭하다 千원장이 "잘못된 것이므로 바로잡겠다" 는 답변을 함으로써 이 시비는 일단락됐다.

千원장은 또 "북한의 침범은 21일 베이징 (北京) 차관급회담과 북.미협상 등에서 유리한 여건을 얻어내기 위한 것" 이라고 설명. 이어 "북한이 한국이 보낸 달러를 군수물자를 사들이는데 쓰고 있다는 징후는 아직 없다" 고 밝혔다.

千원장은 "교전 사태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사재기를 하지 않는 등 평온을 유지한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느냐" 는 질문에 "국민이 군을 믿고 있는 데다 햇볕정책을 이해, 북한이 무력도발이나 전면전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안다" 며 일각의 안보불감증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나 야당에서 제기된 신 (新) 북풍 의혹에 대해선 여야 모두 입을 다물었다.

같은 시각 진행된 본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신북풍설을 제기하며 정부를 몰아붙인 것과 대조적이었다.

김인영 (金仁泳) 정보위원장은 이에 대해 "논의할 가치도 없고 또 정보위에서 논의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데 야당 의원들도 인식을 같이했다" 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신북풍 문제가 제기되는 것에 대해 야당도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다.

브리핑 때 이 문제가 부각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고 전했다.

한편 야당 의원들은 529호 사건에 대한 국정원의 유감 표명도 요구했다.

김도언 (金道彦) 의원은 "529호 사건으로 국가안보 문제를 다뤄야 할 정보위가 파행을 겪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 이라면서 "국정원이 고문조작 시비에 말리고 국정원장 (이종찬 전 원장) 이 정보위에서 야당 총재를 비난하는 등 정치적 중립을 훼손했다" 고 지적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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