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열린 국회 정보위는 햇볕정책 시비로 시끌벅적했다.
정보위가 여야 합의로 열린 것은 7개월 만이다.
정보위는 '국회 529호 사건' 으로 여당 단독회의가 두차례 열리긴 했지만 사실상 공전해 왔다.
'국회 529호 사건' 은 국가정보원이 국회를 감시하기 위해 국회 본관에 별도 사무실을 운영한다고 야당이 제기함으로써 빚어진 시비. 529호실 폐쇄와 이종찬 (李鍾贊) 당시 원장의 퇴진을 주장해온 야당 요구가 결과적으로 '관철' 된 셈이어서 회의는 모처럼 화기애애한 가운데 열렸다.
서해 교전 등 최근 정세와 현안에 대한 천용택 (千容宅) 원장의 보고에 이어 의원들의 공격성 질의가 이어졌다.
특히 "정부의 햇볕정책 기조가 잘못됐다" 는 야당측 질책과 질문공세가 거칠었다.
의원들은 "경비정이 침범한 서해 북방한계선 (NLL) 의 법적 해석이 뭐냐" "서해에선 총격전을 벌이면서 동해에선 금강산 관광을 진행, 비료와 달러를 북한에 쏟아붓고 있는데 사용처는 확인하고 있나" "북한이 서해 사태를 일으킨 정확한 의도가 뭐냐" 고 추궁했다.
한나라당 양정규 (梁正圭) 의원은 "북한 경비정이 NLL을 침범한 데 대해 정부가 '월선' 이라고 했다가 지난 8일 '도발' 로 개념을 정정했는데도 국정원이 18일 작성한 보고서엔 월선으로 돼있다" 면서 "국정원이 이번 사건을 안이하게 보는 안보의식의 해이가 아니냐" 고 몰아붙였다.
한참 논란을 거듭하다 千원장이 "잘못된 것이므로 바로잡겠다" 는 답변을 함으로써 이 시비는 일단락됐다.
千원장은 또 "북한의 침범은 21일 베이징 (北京) 차관급회담과 북.미협상 등에서 유리한 여건을 얻어내기 위한 것" 이라고 설명. 이어 "북한이 한국이 보낸 달러를 군수물자를 사들이는데 쓰고 있다는 징후는 아직 없다" 고 밝혔다.
千원장은 "교전 사태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사재기를 하지 않는 등 평온을 유지한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느냐" 는 질문에 "국민이 군을 믿고 있는 데다 햇볕정책을 이해, 북한이 무력도발이나 전면전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안다" 며 일각의 안보불감증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나 야당에서 제기된 신 (新) 북풍 의혹에 대해선 여야 모두 입을 다물었다.
같은 시각 진행된 본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신북풍설을 제기하며 정부를 몰아붙인 것과 대조적이었다.
김인영 (金仁泳) 정보위원장은 이에 대해 "논의할 가치도 없고 또 정보위에서 논의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데 야당 의원들도 인식을 같이했다" 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신북풍 문제가 제기되는 것에 대해 야당도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다.
브리핑 때 이 문제가 부각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고 전했다.
한편 야당 의원들은 529호 사건에 대한 국정원의 유감 표명도 요구했다.
김도언 (金道彦) 의원은 "529호 사건으로 국가안보 문제를 다뤄야 할 정보위가 파행을 겪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 이라면서 "국정원이 고문조작 시비에 말리고 국정원장 (이종찬 전 원장) 이 정보위에서 야당 총재를 비난하는 등 정치적 중립을 훼손했다" 고 지적했다.
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