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대투증권 김지완 사장 “주가, 제자리 찾는 중 … 아직은 저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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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이 부담스럽다고요? 제자리로 되돌아온 것일 뿐입니다.”

김지완(63·사진) 하나대투증권 사장은 이달 초 개인 돈 3억원을 주가연계증권(ELS)에 넣었다. 코스피지수와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이다. 만기인 2년 뒤 두 지수가 40% 이상 떨어져 있지 않으면 연 12%의 수익이 지급된다. 그는 “개인적으로도 거액이지만 시장을 좋게 보고 있어 가입했다”고 말했다.

부국증권·현대증권 대표를 지낸 그는 올해로 증권사 사장 경력만 12년째다. 그는 “우리 리서치팀의 계산에 따르면 1700이라도 주가수익비율(PER)은 11.4배에 불과해 아직 저평가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쟁력 있는 회사는 위기가 오면 오히려 기회를 맞는 법”이라면서 “우리 기업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올라가고 있는 것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펀드 환매가 날로 늘고 있는 데 대해서도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꼭지에 들어온 자금이 그만큼 많았으니 어차피 치러야 할 수업료”라며 “지수가 1700을 넘어 안정을 찾으면 환매도 잦아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낙관적 전망이 배경이 됐는지 하나대투의 영업도 일찌감치 공세로 전환했다. 올 5월 한시적이지만 4%대 금리를 주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서프라이스’를 내놓으면서 업계에 ‘CMA 전쟁’을 촉발시켰다. 당시 CMA의 평균 금리가 2%대 중반이라 반향은 컸다. 저금리에 갈 곳을 못찾던 자금이 몰리면서 하나대투의 CMA계좌는 이후 9만6000여 개가 늘었다.

이달 들어서는 후속탄으로 대대적인 ELS 마케팅에 나섰다. 3개월간 1조원을 판매하겠다는 목표인데 벌써 3000억원 가량이 판매됐다.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2008회계연도 4분기(1~3월)에 567억원이었던 당기순익이 올 회계연도 1분기(4~6월)에는 777억원으로 37% 늘었다.

잇따른 ‘파격 마케팅’에 업계에서는 ‘제살 깎기’라는 불만도 터져나오지만 김 사장은 “위기가 한풀 꺾인 만큼 업계도 경쟁다운 경쟁을 할 때가 됐다”며 “펀드 판매사 이동제에 대비해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이후 금융위기 한파에 잠시 미뤄뒀던 해외시장 개척도 재개할 예정이다. 김 사장은 “싱가포르계 금융사와 제휴해 홍콩에 법인을 세울 계획이며, 연내에는 홍콩 당국의 인가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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