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설] 특검제를 푸는 접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서해 교전사태의 진정국면에 따라 검찰의 파업유도 의혹 등 정치현안이 다시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의혹사태를 규명할 특별검사제 도입방법을 놓고 지루한 기세 싸움으로 일관하는 여야에 국민은 짜증스럽다.

정치권은 교전사태로 놀란 국민을 보듬고, 의혹사태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정치불신을 조기에 수습하려는 진솔한 의지와 정치역량을 보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여야 모두 해결의 실마리를 푸는 지혜와 아량을 보일 필요가 있다.

여권은 파업유도에 국한한 한시적 특검제의 도입을 수용한 이상 이젠 야당이 양보할 차례이며, 야당이 정 불응하면 단독으로 강행하겠다는 식으로 뻗댈 때는 아니라고 본다.

야당이 주장하는 4대 의혹의 규명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여권도 특검제 도입은 절대 안된다던 입장에서 후퇴한 것이 아닌가.

야당도 정부와 여당을 밀어붙여 완승을 거두겠다는 과욕을 부리다가는 여론의 역풍을 받을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사실 특검제는 유일하게 시행하는 미국에서도 그 무용론 (無用論) 이 나올 만큼 만능의 효능을 가진 제도는 아니다.

따라서 우선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이를 시행해본 결과를 토대로 그 상시화를 재론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한번 시행된 특검제는 어차피 선례가 되지 않겠는가.

여야는 입장을 바꾸어 놓고 특검제에 접근해볼 필요도 있다.

여야는 현정부 출범 이전 야당과 여당의 입장에서 특검제 도입을 놓고 지금과 정반대의 논리로 주장했고 반대하지 않았던가.

문제의 본질은 의혹사건의 진상규명과 그에 따른 깨끗한 뒤처리다.

제도문제를 놓고 이처럼 길게 다툴 일이 아니다.

노동계가 연일 시한부 파업과 규탄대회를 벌이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특검제의 도입은 한시적이든 상시적이든 검찰에겐 엄청난 충격을 가해 검찰권 독립을 위한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

야당내에서도 이번엔 한시적으로 장관부인 옷사건 및 파업유도만 다루는 특검제 도입에 찬성하는 의견이 나오는 것은 여야 절충에 청신호라고 본다.

여권도 옷사건은 검찰과 관련된 사항이라는 점을 고려해 이를 수용하는 것이 정치력을 발휘하는 길이 될 것이다.

특별검사의 지명권을 대통령과 국회 중 누가 갖느냐도 본질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국회가 갖는다고 해서 다수당의 의사가 무시될 수 없다는 점을 여권은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여야가 민심수습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하루빨리 이 문제를 매듭짓고, 특히 곧 열릴 전망인 여야 총재회담에서 정국 전반의 정상화를 위한 큰 정치의 합의를 촉구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