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떠오르는 밀레니엄작가] 9. 이스라엘 아모스 오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선조들의 옛땅을 회복, 수천년의 꿈을 실현시키려는 유대인들의 시오니즘은 중동에 살고 있던 아랍인들에게는 돌연한 재앙처럼 다가왔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금세기 어느 지역보다도 꿈과 현실의 격심한 갈등을 겪은 땅. 노벨문학상 후보로 여러 해째 거론되고 있는 이스라엘 출신의 아모스 오즈 (60) 는 이같은 꿈과 현실의 이중 구조를 예민하게 포착해낸 작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20대 후반에 쓴 초기 장편이자, 그의 작품중 가장 많이 번역된 '나의 미카엘' 은 그를 이해하는 좋은 출발점이다.

주인공은 달콤한 연애 끝에 시작한 결혼생활에서 끊임없이 결핍감과 상실감을 맛보는 여성 한나. 한나의 남편 미카엘은 성실하고 이해심 많은 인물이지만 정작 아내 한나가 지향하는 '꿈' 에 대한 열정은 공유하지 못한다.

작가는 1956년 수에즈 위기 전후를 무대로, 한 이스라엘 부부의 갈등을 인간 보편의 결핍과 갈망에 대한 이야기로 구체화한다.

'꿈' 에 대한 얘기라면, 작품만이 아니라 오즈의 인생 역시 흥미롭다.

시오니즘을 좇아 러시아로부터 이주한 아버지 덕에 예루살렘에서 태어난 오즈는 사유재산이 없는 이스라엘 특유의 노동공동체 키부츠의 이상에 투신, 18세 때부터 회원이 되었다.

아내와 2남1녀의 자녀를 거느린 그가 30년간 살아온 키부츠를 떠난 것은 지난 86년. 이미 제3차 중동전쟁을 배경으로 한 82년작 '완전한 평화' 에서 키부츠의 이상과 억압적 현실 사이의 갈등을 그리고 난 다음이다.

'나의 미카엘' 을 우리말로 번역한 건국대 최창모교수 (히브리학과) 는 "이스라엘이 처한 정치 현실에 대한 회의, 특히 아랍 팔레스타인과의 갈등에 대해 비판적 입장 때문" 이라고 부연한다.

이스라엘 브엘세바 벤구리온 대학의 히브리문학 교수인 오즈는 이스라엘 최대의 반전단체 '샬롬 악샵' 의 주도인물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인들의 구체적 일상을 생생한 인간 현실의 갈등 드라마로 가공하는 오즈의 작업은 지금까지 10여편의 소설로 형상화됐다.

갈등 끝에 파경에 이르는 부부의 이야기인 87년작 '블랙박스' , 한 무기거래상이 키부츠에 사는 주인공에게 마약중독자 재활센터 운영을 부탁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94년작 '밤이라 부르지 마오' , 이스라엘 건국직전을 배경으로 영국인은 사악하다고 믿는 12세 이스라엘소년과 영국군인의 만남을 그린 95년작 '지하실의 팬더' 등.

그 와중에 오즈는 98년 출간된 '모든 우리의 평화' 처럼,에세이 형태로 자신의 발언을 전달하는 작업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우리말로는 '나의 미카엘' (민음사) 과 청소년대상 소설 '줌치' (비룡소)가 나와있다.

이후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