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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준비위 발표 밀레니엄행사의 문제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15일 발표된 새천년준비위원회의 밀레니엄 행사 계획은 통일된 개념 (컨셉) 을 유지하면서 새천년 맞이를 온 국민의 힘이 결집되는 축제의 분위기로 만들려고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그러나 의욕이 넘친 탓인지 벌이려는 사업이 너무 많고 관념에 치우친 면이 있어 '가지치기' 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상암동에 조성될 평화의 공원에 건립되는 '평화의 열두 대문' 에 대해 이어령 위원장은 "수직 상승의 이미지를 띤 타워 형식보다 통과성과 경로성을 지닌 게이트 (문) 형식으로 지어 새천년으로 들어가는 상징성을 띨 것" 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12' 라는 숫자가 순환하는 원형적 시간 이미지로서 서구의 종말론적 시간과 대비되며, 이는 닫힌 문의 폐쇄성보다 풍요와 번영의 부를 상징하는 열린 문을 뜻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무리 열두 대문에 담긴 뜻이 깊고 심오하다 해도 한 공간에 무려 1백년에 걸쳐 건립되는 조형물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열두개의 대문을 건립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후손들에게 필요없는 짐을 떠안기는 것은 아닌지 하는 점 등이다.

다만 이 대문을 단순한 조형물이 아닌 역사.문화의 디지털 보존소로 삼으려는 발상은 기록보존에 소홀했던 우리 민족의 의식에 어떤 변화를 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난지도 쓰레기장이 있는 상암지역을 '밀레니엄 타운' 으로 정한 것은 역설 (逆說) 의 힘을 통해 환경을 중요성을 일깨우려는 의도로 보인다.

'파라다이스' 가 초목도 마을도 없는 황무지를 가리키는 아랍어에서 비롯됐다는 이 위원장의 설명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새천년 햇볕 채화' 나 '한국발 뉴밀레니엄 선언' 등은 저비용으로 한국을 알릴 수 있는 반짝 아이디어로 보인다.

그러나 세계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이 없다면 말의 유희 (遊戱) 로 끝날 우려도 있다.

2000년 1월 1일을 국가 기록보존의 디지털화 원년으로 삼자는 제안은 획기적이다.

민 (民) 과 관 (官) 의 모든 기록을 디지털화해 보존할 경우 엄청난 국가자산이 될 수 있다는 李위원장의 설명은 매우 설득력있게 들린다.

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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