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업 허용된 연평도 표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정말 마음놓고 꽃게를 잡을 수 있는 겁니까. " 북한 경비정의 영해 침범으로 묶였던 조업구역 제한이 해제된 14일 연평도는 잔칫집 분위기였다.

1주일째 조업하지 못해 풀이 죽어 있던 주민들은 옹진수협 연평출장소와 면사무소 부근 등으로 몰려나와 앞으로 조업대책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어민들은 조업구역 전면 해제 소식을 듣자마자 이곳 내항에 정박 중인 배로 달려가 갑판에 쌓여있는 그물을 분주하게 손질했다.

연평도 어민회 최율 (崔律.44) 부회장은 "지난 7일 동안 조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얼마나 속이 상했는지 모른다" 며 "조업 재개는 15일부터 시작되지만 마음은 벌써 어장에 나가 있다" 고 반가워했다.

그러나 일부 어민들은 이날 오전 8시쯤 조업구역 해제소식을 듣고 포구로 달려나갔으나 이미 물이 빠져버려 출어할 수 없자 군당국의 선처 (?)에도 불구하고 불만스런 표정이었다.

어민 金명수 (42) 씨는 "이왕 조업구역 제한을 푸는 마당에 조금만 일찍 알려줬어도 출어할 수 있었을 텐데…" 라며 아쉬워했다.

이날 연평초등학교에서는 4학년생 16명이 국어시간에 북한 경비정의 영해 침범과 관련, 북한 어린이들에게 편지를 써 눈길을 끌었다.

아버지가 해병대 군인인 孫한이 (11) 양은 "아빠가 1주일째 비상근무하는 바람에 집에 들어오지 않아 속상하다" 며 "북한 경비정이 하루 빨리 돌아가 예전처럼 아빠와 함께 바닷가를 거닐며 놀고 싶다" 고 적었다.

鄭인택 (11) 군은 "아빠가 배를 타지 못해 돈을 못 버는 바람에 엄마와 자주 싸운다" 며 "아빠가 어서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꽃게를 많이 잡았으면 좋겠다" 고 썼다.

담임 裵동철 교사는 "군인 자녀 6명은 북한의 도발적 행위에 대한 분노를, 어부 자녀 9명은 꽃게를 잡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편지로 썼다" 고 말했다.

한편 옹진군은 안개가 낀 날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조업통제된 6일 동안 꽃게잡이 어선 55척의 피해액을 척당 4천2백여만원씩 모두 23억1천만원 가량으로 추정했다.

연평도 = 정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