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북자 정착실패, 이대로 방치할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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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 탈북자들의 정착 실패 사례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납북된 어부의 아내였던 한 탈북자는 "이렇게 고생할 줄 알았으면 북에서 죽이나 먹고 살 걸"이라고 한탄했다. 며칠 전엔 20대 탈북자가 차라리 교도소를 가겠다며 여대생을 폭행하기도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3년까지 탈북자들이 저지른 범죄는 305건이나 된다.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심각성의 도가 점점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탈북자 문제는 그 속성상 효과적인 해결책 마련이 쉽지 않긴 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타난 상황은 우리 사회가 그동안 취해온 소극적.임기응변식 대처방식으론 한계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현재 5700여명인 탈북 입국자들의 수는 수년 내에 1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럴 경우 이들의 정착 실패는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되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정부와 탈북자 자신, 남측 국민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에 왔다고 본다.

우선 탈북자의 의식전환이 시급히 요청된다. 남측 사회는 능력위주의 자본주의 사회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특히 취업 분야에서다. 차별이 아닌 능력의 차이에서 오는 임금 차이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에서 대학졸업자의 실력은 남한에서 중학 졸업 정도로 평가된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이런 현실에 눈을 뜨고 그에 적응토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탈북자들이 이런 측면들을 무리 없이 수용할 수 있도록 정착교육 때부터 더욱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취업대상 업체를 미리 방문, 자신에게 맞는 업종이 무엇인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3D업종에서 일하거나 한 직장에 오래 근무하면 취업보조금 지급에서 인센티브를 두는 정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탈북자를 동포로서 따뜻하게 배려하는 남측 국민들의 마음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보려는 탈북자들을 가장 실망시키는 것은 "북한에서 온 사람이 뭘 알아"라는 식의 편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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