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를 찾아서] 11. 해외 라이브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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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공연기획자 김형일씨는 96년 영국의 대중음악축제 레딩 페스티벌을 찾았다가 '문화적 충격' 을 경험했다. 1백여 개의 밴드들이 여러 개의 무대에 동시에 오르는 대형 공연이라 그는 동분서주하여 무대를 쫓아다녔지만, 정작 영국 젊은이들은 끼리끼리 모여 잔디밭에서 뒹굴거나 물장난을 치고 있었던 것.

"알고 보니 이들 축제는 단순한 음악행사가 아니라 젊은이들이 야외에 나와 공동체 생활을 즐기고 극한상황에 도전하는 일종의 '건전한 일탈' 이었다" 고 그는 말한다.

이런 대중음악축제는 유럽이나 미국에서 히피들의 자연 공동체주의가 유행하던 60년대말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69년 '사랑과 평화의 3일' 이라는 구호 아래 열렸던 우드스톡이 대표적.

히피문화가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 공연에서 추구하는 바는 대체로 음악을 매개로 한 '젊은 공동체' 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젊은이들에게 자사 상품을 팔려는 후원기업의 영향력이 높아져 비판도 받고 있다.

음악축제가 가장 많이 열리는 곳은 세계 최대의 팝 시장 미국. 69.94년에 이어 올해가 세번째인 우드스톡은 뉴욕주의 롬에서 7월23일부터 3일간 열린다.

스래쉬 메탈의 대부 메탈리카, 하드코어 밴드 콘, 애시드 재즈의 기수 자미로콰이 등이 참여할 예정. 여성 가수들의 잔치 릴리스 페어, 저니.서바이버.데프 레퍼드 등 80년대를 풍미한 록밴드들이 참여하는 록페스트도 주목할 만하다.

오는 25일~27일 홀.알이엠.부시.언더월드 등이 등장하는 영국의 글래스톤베리 축제를 시작으로 유럽에서도 수많은 음악축제가 열린다.

영국의 레딩.브이.빅 데이 아웃 등을 비롯, 노르웨이의 쿼트, 네덜란드의 핑크팝, 독일의 허리케인 등이 유럽을 달굴 전망이다.

한국의 '닥터코어 911' 이 참가해 화제가 된 일본의 후지 록 페스티벌은 아시아권에서 유일하게 열리는 세계 수준의 행사. 블러.케미컬 브라더스.애시 등 1백여 밴드가 참여한다.

특히 덴마크의 로스킬데 페스티벌은 각 나라 화폐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호텔 수준의 야외화장실 등 제반 시설이 뛰어나 많은 외국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또 영국의 글래스톤베리는 어린이를 위한 서커스 공연, 성인을 위한 재즈.코미디 공연도 보여줘 모든 연령층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상품. 7월31일과 8월1일 인천 송도에서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프로디지 등이 참가한 가운데 열리는 국내 최초의 록 페스티벌 '아우어 네이션' 은 세계적 행사로 발돋움하려는 첫 시도다.

이 행사를 주최하는 예스컴측은 "갈수록 공동체문화를 잃고있는 우리 청소년들에 좋은 기회가 될 것" 이라고 말한다.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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