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서 스카부터 하드코어랩까지…1년반만에 7집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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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김종서가 92년 솔로 데뷔 이래 처음으로 퍼머를 했다. 자메이카의 토속리듬으로 레게의 원조인 '스카' 송을 새 음반 타이틀곡으로 잡은 때문이다.

원래는 라면처럼 잔뜩 고불고불한 '레게파머' 를 하려했지만 트레이드마크처럼 된 긴 머리 패션을 너무 심하게 바꾸는 것 같아 그냥 퍼머에 그쳤다는 설명이다.

김종서는 그렇다. 그는 '대중가수' 로서 자기 위치를 잊지 않는다. 그래서 변화를 시도하더라도 기존의 이미지와 노래 스타일을 어느 정도 보존하는 타협을 택한다.

그러나 그 타협은 새로운 장르 도입과 음악적 완성도를 바탕에 깔고 있어 건전하다. 30대 중반에 가까운 나이에다 록이라는 비인기 장르를 고수해왔으면서도 주류가수로서 인기와 평판을 잃지 않은 이유도 여기 있는 듯하다.

'에필로그' '희망가' 를 히트시켰던 모던록풍의 6집 (98년1월 발매)에 이어 1년반만에 나온 7집은 이런 '건전한 타협' 이 특히 돋보인다.

군더더기 없이 한결 깔끔해진 창법이 편안하고, 스카부터 하드코어 랩까지 다양한 장르를 재치있게 소화해냈다.

'록발라드의 원조' 답게 이번에도 발라드를 여러 곡 불렀지만 끈적끈적하고 애잔한 '김종서식' 발라드 대신 미국팝처럼 밝고 명료한 발라드를 시도한 점이 주목할 변화다.

'겨울비' 와는 또다른 서정적 분위기의 '하나' 와 '벽' 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다.

타이틀곡 '실연' 은 슬픈 제목과는 정반대로 팥빙수처럼 시원한 서머송 (해변에서 틀고 즐기는 음악) 이다. 경쾌하며 낙천적인 '짝쿵/짝쿵' 스카 리듬 위에 파인애플 조각처럼 새콤달콤 멜로디를 얹었다.

'실연' 이 특히 시원하게 들리는 이유는 스카 노래에 빠지지않는 브라스 연주 덕분. 관악 밴드로는 미국에서 첫 손에 꼽힌다는 '타이론 파워' 가 뿜어내는 나팔소리가 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이어지는 '러빙 유' 는 비틀스의 광적인 팬인 김종서가 음반마다 반드시 집어넣는 자신의 우상에 대한 헌정곡. 96년 5집의 '아름다운 구속' , 97년 6집의 '희망가' 도 같은 종류다.

기타.베이스.드럼에 하모니카만 쓴 날씬한 편곡이 초기 비틀스 노래를 연상시킨다. 수록된 9곡 중 대부분이 러브송. 그러나 좀 다른 노래가 하나 있다. 김종서가 직접 스크래칭 (턴테이블을 돌려 소음을 내는 것) 하며 부른 역동적 하드코어 펑크 '386' .

"의기소침하게 살아가는 '386' 세대들에게 '일어나라' 고 외치고 싶었어요. '젊은 피' 라고 치켜세우는 이들도 있지만, 제가 보는 '386들' 은 어딘지 힘이 빠져있어요. 이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세상을 헤쳐갔으면 해서 이 곡을 지었습니다. " 그건 '나이와의 싸움' 을 해야하는 자기 자신에게 하는 다짐인 듯도 하다.

대중성 : ★★★★ (★ 5개 만점)

음악성 : ★★★☆ 평 가 : 중앙일보 가요팀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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