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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고속정 타고 가본 서해 현장] 우리군 자신만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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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민이 매우 불안해 한다. 우리의 작전에는 한치의 오차도 허용할 수 없다.

서해 5도는 기필코 지켜야 한다. 건투를 빈다. "

13일 오후, 이수용 (李秀勇) 해군참모총장은 고속정 호 갑판에 전 고속정 근무요원들을 집결시켜 이렇게 독려했다.

호가 일시 정박한 연평도항 옆으로는 7척의 다른 고속정이 출동태세를 완료, 대기하고 있었다.

이에 앞서 李총장은 7척의 고속정 정장들을 집결시켜 지휘부의 방침을 전달했다.

"북한 해군이 한번 (고속정으로 부터 충돌공격을) 당했기 때문에 보복적으로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화력사용은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

밀어내기가 가장 바람직하다. 이것이 통수권자인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힘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

이례적으로 최전선까지 나타난 참모총장의 훈시와 격려를 받은 고속정단은 이내 북한 경비정이 침범한 서북쪽 바다를 향해 나갔다.

13일 작전에는 지난 11일 북한경비정을 향해 돌진을 감행했던 호도 가세했다.

긴급수리를 마치자마자 투입된 것. 북한 경비정을 맞상대하는 우리 고속정엔 척당 28명이 승선한다.

단기작전을 위한 돌격선이어서 몸집을 최대한 가볍게 유지해야 하므로 식량은 싣지 않는다.

기자가 탄 ×××호의 김관식 일병은 "컵라면으로 식사를 대신하고 있다" 고 했다.

북 경비정의 침범 이후 제2함대 사령부는 물론 고속정 수병들의 수면시간은 하루 평균 2~3시간. 정의용 상병은 수면부족으로 충혈된 눈을 비비면서도 "이런 일은 입대 이후 처음이지만, 하나도 떨리지 않는다" 고 했다.

소총수 안상일 일병은 급박했던 11일의 상황을 전하면서 "함수에 선 북한 병사들과 서로를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총을 겨누고 있었다" 고 말했다.

북한 경비정 함수엔 우리측 지휘관을 노리는 '저격수' 들이 새로 배치돼 있었다는 것. 安일병은 그때 이후 "적이 내 눈앞에 있다는 비장한 심정을 갖게 됐다" 고 말했다.

11일 성공적으로 끝난 우리측의 '충돌' 작전은 팽팽했던 서해 5도 앞바다의 분위기를 일단 바꿔 놓았다는 얘기다.

한 지휘관은 "그 전까지 북방한계선 (NLL) 을 넘어와 자기네 영해인 것처럼 설쳐대던 북한 경비정들이 그날 이후엔 조심조심 우리 눈치를 보고 있다" 고 했다.

당장 다음날도 경비정이 NLL을 넘어오긴 했지만 직접 자극하는 일은 꺼린다고 했다.

연평도 =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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