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등 왜 손대나] 서민금융도 '부실' 청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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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민 금융기관에 대한 부실 청소가 본격 시동됐다.

금융감독원은 11일 부실 신협.금고에 대해 영업정지 뿐 아니라 임직원까지 무더기 형사고발하는 등 강력 제재하고 나섰다.

이들 금융기관의 대주주나 임직원들이 거액의 대출금을 횡령하거나 출자금을 허위로 조성하는 등 불법.부당행위를 자행, 애꿎은 서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어왔다는 게 감독당국의 판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엔 은행.종금사 등 굵직한 금융기관을 정리하느라 서민 금융기관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며 "그 틈을 타 이들의 불법행위가 급증해 이에 대한 본격 수술을 서두르게 됐다" 고 말했다.

금감원은 앞으로도 부실 서민금융기관에 대해 즉시 영업정지 등 강력한 시정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 문제점.실태 = 신협.금고는 회원이 1백명 이상만 되면 설립이 가능한 '동네.직장 금융기관' 으로 사실상 상조회 성격이 짙다.

상조회장 격인 대주주나 임원이 마음만 먹으면 횡령.부당대출 등 불법.부당행위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수십개 신협 단위조합이나 금고에서 각종 금융사고가 터진 것도 그 때문이다.

감독원의 특검 결과 동일인 한도를 초과해 대주주 멋대로 대출해주거나 출자금을 허위로 조성해 자산을 부풀리는 등 신협.금고업계의 '고질병' 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 10일엔 황창규 신협 중앙회장이 58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감독당국에 적발돼 11일 사퇴했다.

97년말 1천6백66개였던 전국의 신협은 올 5월말 현재 1천5백44개로 1백22곳의 부실 신협이 파산.해산하거나 인가취소됐다.

97년말 2백30개에 달하던 금고도 지금까지 41곳이 합병.영업정지돼 현재는 1백89곳만이 정상 영업 중이다.

금감원은 그러나 아직도 부실 우려 신협.금고가 많을 것으로 보고 이들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여수신 업무와 임직원에 대한 감독.검사를 강화할 계획이다.

◇ 고객 돈은 대부분 안전 = 경영지도에 들어간 35개 신협과 합병을 추진 중인 11개 신협은 영업을 계속한다.

따라서 부실이 심화돼 영업정지나 합병이 이뤄지는 경우를 제외하면 고객들은 정상거래가 가능하다.

영업이 정지된 13개 금고는 일체의 채무 지급은 정지되나 거래처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만기도래한 어음이나 대출금의 만기연장.예금잔액증명서 발급 등은 계속된다.

감독원은 이들 신협.금고가 설령 합병.영업정지되더라도 고객 돈은 예금보호대상인데다 2천만원 이하 예금자가 대부분이어서 원리금은 거의 전액 보장된다고 밝혔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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