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진기강 쇄신책' 들여다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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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가 11일 발표한 '공직기강 쇄신대책' 은 부조금.화환.전별금.접대문화 등 공무원 사회에서의 그릇된 행태를 바로 잡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특히 공무원이 직무관련 단체.업체 등에 경조사를 알리는 것을 막고 과장급 이상 간부공무원의 축.조의금 접수는 일절 금지하고 있다.

다만 중.하위직의 경우엔 3만원 이상의 축.조의금을 주고 받지 못하도록 했다.

또 경조사.이취임시 화환이나 화분을 주고 받는 대신 축전.조전 등으로 뜻을 표시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다소 현실성이 없는 내용들이 들어 있어 일선 공무원들이 과연 이를 그대로 따르겠느냐는 의문을 준다.

아무리 직무와 관련해 경조사를 알리지 못하도록 한다고 하지만 이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있겠느냐는 점이 그렇고, 5만원을 초과하는 선물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하는 조항도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호화 호텔.호화 시설을 이용하거나 호화 유흥업소.고급 의상실 등을 출입하지 못하도록 한 것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대목. 정당.국회의원 후원회 가입이나 후원금 기부행위 금지는 현행 정치자금법 등에 명시돼 있다.

물론 정부는 이날 내놓은 대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후속방안 마련에 고심한 흔적도 엿보인다.

공무원들이 10대 준수사항을 제대로 지키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총리실.감사원.검찰 등으로 '정부합동점검반' 을 편성, 공직감찰 강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또 다음달 중 정부가 확정.발표한 뒤 올 하반기에 제정할 '부패방지기본법' 에 위반 공무원에 대한 강도높은 징계.인사조치 등을 담을 계획이다.

고발자 보호제도.시민감사 청구제.시민감사관 제도 등도 함께 운영할 방침이다.

이 법은 금품 수수자에 대해 형사처벌하고 뇌물공여자도 뇌물수수자와 동일 수준으로 처벌하게 된다.

부패공직자의 퇴직 후 취업제한 대상 단체.기간도 확대된다.

관심을 끄는 것은 이번 대책이 확정되기까지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지난 7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행정자치부장관과 국무조정실장의 사전 보고 때 준비한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세부사항까지 점검해 일일이 고친 점이다.

金대통령은 공무원의 경조사 축.조의금 수수금지 내용 중 중하위직의 경우 액수를 구체화했으며, 당초 안의 '자제' 정도로는 안되니 '금지' 로 강화하고 기준도 명확히 할 것을 지시했다.

공무원의 희생정신이 필요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특히 호화호텔.시설을 이용한 결혼식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고위공직자, 정치인, 이권.민원부서 공무원들이 경조사 때 미풍양속을 빌미로 '한몫 챙기려는' 병폐를 고쳐야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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