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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 사업 다각화 포석 … 4조 인수자금 마련이 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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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효성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에 참여한 것은 사업 다각화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부터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 효성은 북미와 유럽·중국 등 150여 개국을 대상으로 사업을 펼쳐가고 있다. 1980년대에는 현재의 효성노틸러스의 전신인 효성히다찌데이타시스템를 설립해 정보기술(IT) 산업에 발을 담그는 등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최근에는 진흥기업을 인수해 건설사업에 뛰어들었으며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부문으로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왔다. 이번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이런 사업 다각화의 맥락이라는 분석이 많다. 현재의 그룹 체제는 효성T&C·효성물산·효성생활산업·효성중공업을 흡수 합병해 ㈜효성으로 출범한 형태다. 효성은 자산총액 8조4240억원으로 재계 서열 26위권(자산 기준, 공기업 제외)이다. 그러나 하이닉스는 이보다 많은 13조3750억원으로 16위다. 인수하려는 업체의 덩치가 더 큰 상황이다. 만약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에 성공하면 재계 서열 10위권 중반으로 도약할 수 있다. 효성의 최대 숙제는 인수대금이 될 전망이다. 하이닉스를 인수하려면 4조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HMC투자증권의 소용환 수석연구위원은 “하이닉스 인수금액이 4조원으로 예상되는 데다 인수 뒤 차입금까지 떠안으면 자금 부담은 7조원가량으로 늘어난다”며 “자체 차입금만 2조원이고 현금도 많지 않은 효성이 어떻게 자금을 동원할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의 박대용 연구원은 “시너지 효과가 있는 대우건설 인수전에도 참여하지 않는다고 했던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드는 것은 의외”라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효성은 변압기· 전압기· 타이어코드 등을 주로 생산하는 업체라 반도체 업종과는 거의 상관없다”며 “효성은 현재 가용할 수 있는 현금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전액 인수보다는 컨소시엄의 구성원으로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고(故)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가 삼성과 동업했다가 분가한 인연 등으로 조석래 회장이 반도체 분야에 관심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조 회장은 2007년 3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에 취임, 올해 2월 유임돼 2011년 2월까지 임기다.

효성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어디까지나 인수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것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창규·한애란 기자

◆효성=1966년 설립된 섬유업체 동양나일론이 모태. 주요 사업은 중공업(변압기·차단기)·산업자재(타이어코드)·섬유·화학·무역 등이다. 타이어의 뼈대를 이루는 핵심 부품인 타이어코드 부문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다. 또 의류용 섬유의 반도체로 불리는 스판덱스 부문에서는 세계 2위를 달리고 있다. 섬유·중공업 부문에서 경쟁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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