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스 리무진 스파이샷
보통 양산차 회사는 뒷문짝을 15~30㎝ 정도 늘린 ‘롱 휠 베이스 버전’을 만든다. BMW 7시리즈, 벤츠 S클래스, 렉서스 LS는 물론이고 롤스로이스나 마이바흐까지도 이런 식으로 뒷문짝을 늘려 ‘회장님’ 차를 만들고 있다. 그래야만 유려한 측면 라인이 망가지지 않고, 차체의 완성도도 높아진다. 무엇보다 뒷문짝이 넓어 ‘회장님’의 승하차도 쉬워진다. 단점도 있다. 중간을 늘린 스트레치드 리무진처럼 “나는 기다란 리무진을 타는 높은 사람이야”라고 자랑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뒷문짝을 늘린 리무진만 보던 외국인에게 스트레치드 리무진 흉내를 낸 대한민국의 리무진은 이색적인 볼거리가 된다. 30㎝ 늘리면서 몇m 잡아 늘린 스트레치드 리무진을 흉내 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나 리무진 타는 아주 높은 사람이야”라고 여기저기 소문 낼 순 있겠다. 그러나 측면 디자인은 다소 망가지게 되고, 별로 길지도 않으면서 ‘귀한 척’하는 차가 되기도 한다.
더구나 길어진 중간 철판(B필러)에 번쩍이는 엠블럼이나 램프까지 붙이면 ‘귀한 척’의 절정이 된다. 스트레치드 리무진의 중간에 등을 장착하는 이유는 차가 너무 길어서 야간에 차가 없는 줄 알고 끼어들까봐 붙인 거다. 고로 30㎝ 정도 늘린 자리에 램프를 붙이는 건 다소 ‘오버(over)’라는 얘기다.
이해는 한다. 아직도 남보다 귀한 차를 타는 걸 자랑하고 싶은 이들이 한국에는 많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중간을 늘린 리무진을 만든다. 여기저기 반짝이는 크롬 도금을 붙인다. 거울처럼 찬란한 크롬 휠을 장착한다. 플라스틱에 귀한 나무 무늬를 그려 붙인다. 보닛 위에 날개를 펼친 후드톱 엠블럼까지 올린다. 2L 엔진에 크롬 머플러를 양쪽으로 뽑는다. 터프한 4륜 구동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2륜 구동인 차까지 만들었다.
장진택 자동차 평론가 (전 기아차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