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우에다씨 동호회·홈페이지 운영 '한국영화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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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국영화동호회' 의 참모 (우리식 표현으로는 '총무' ) 인 우에다 마사히로 (植田眞弘.39)가 배우 안성기의 사인이 담긴 '일한사전' 하나 달랑 들고 한국을 찾았다.

한국에 머문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그는 9편의 한국영화를 봤다. 한국어가 서툴러 대사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까닭에 전날 본 영화를 다시 본 경우만도 네 차례.

그가 활동하는 한국영화동호회에는 현재 5백여 명이 정기적으로 한국영화 감상회와 한국영화인 사인회를 갖고 있다. 30대 직장인이 대부분인 동호인들은 한국영화를 보기 위해 적어도 연 2회씩 단체로 서울에 온다.

93년 일본 PC통신인 '니프티 서버' 에서 모임을 시작한 이들은 최근 인터넷에 '한국영화동호회' 홈페이지 (http:/member.nifty.ne.jp/HYD/kindex.htm.사진) 를 개설했다.

홈페이지에는 우에다가 직접 한글로 자신과 한국영화를 소개하는 글을 써 올린다. 4년 전부터 한국영화 이해를 위해 한글 공부를 했지만 아직은 한글 작문이 서툴다.

"일본을 떠나기 전에 일본에서 영화제를 하고 있는 홍상수 감독을 만났어요. 저는 임권택 감독을 좋아하지만,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홍감독도 기대가 됩니다. " 그가 대학에 입학하던 80년 일본 언론은 한국을 매우 위험한 나라로 보도했고 우에다도 같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나 어린 시절 친구였던 이웃집의 친절하고 상냥했던 재일교포가 생각났고, 급기야 '위험한 나라' 를 방문하기로 마음 먹었다.

"한국에 처음 와서 영화를 보게 됐어요. 먼저 일본어로 소설이 번역된 '바보들의 행진' 을 봤지요. 전쟁 직전의 위험한 나라라고 잘못 생각했었음을 깨달았을 때부터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

일본과 상당히 유사한 문화 전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교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우에다는 한국문화와 분단 현실 등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 지금까지 그가 섭렵한 한국영화는 줄잡아 6백편이 넘는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상영된 적 있는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 임권택의 '서편제' 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의 실험성도 훌륭하지만, 저는 스토리가 강한 옛날 영화들을 더 좋아해요. " 대학에서 중국문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대학입시 학원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일본어' 를 가르치고 있는 미혼의 우에다.

그가 좋아하는 한국 영화배우는 최진실과 한석규다. 그러나 최진실이 나오는 좋은 영화가 없어 안타깝다고 한다.

"한국문화에는 잠재된 기 (氣)가 있습니다. 이제 일본문화를 받아들인다 해도 한국문화의 독특성이 깨질 만큼 허약하지는 않다고 생각됩니다. " 한.일 문화교류가 활발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는 말을 남기고 우에다는 일본 영화 관련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서초동 '인사이트' 사무실로 발길을 재촉했다.

고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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