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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P 역할분담론 배경] DJ 여론역풍 절반 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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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심이반의 위기 속에 김대중 (金大中.DJ) 대통령과 김종필 (金鍾泌.JP) 국무총리가 집권2기의 권력운용 방식을 재조정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다.

8일 있었던 DJP 주례 무릎대화에서 앞으로는 金총리가 여야관계 등 국회문제와 경제.치안 등 내치 현안에서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지는 '내각제형 총리' 의 역할을 맡는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金대통령은 남북문제와 한반도 주변국 외교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뜻을 밝힌 것으로 안다" 고 밝혔다.

말하자면 金총리가 국정의 전면에 나서고, 金대통령은 정치현안을 일일이 챙기는 데서 다소 벗어나 외교.안보.통일문제에 집중한다는 'DJP간 역할분담론' 이 양해됐다는 것이다.

DJP 역할분담론은 5.24 개각때 국민회의와 자민련간 장관지분 폐지가 관철되면서 두 사람 사이에 이미 논의되기 시작했던 사안이라고 한다.

여기에 옷사건→김태정 전 법무부장관 유임→6.3 재선거 패배로 민심이 급속하게 이반하는 위기상황이 발생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보고서가 金대통령에게 직접 전달됐다는 게 관계자의 얘기다.

보고서 작성 주체는 DJP를 두루 아는 '비정치권 인물' 이며, 위기상황을 대증요법으로 처리할 것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내각제 개헌문제와 내년 총선 승리까지 염두에 둔 공동정권 권력운용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내용이라는 것.

청와대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김중권 비서실장도 물리치고 이뤄진 DJP 무릎대화의 내용을 확인해주긴 어렵다" 고 전제하고, "그러나 JP가 향후 대야관계, 공동여당의 정치 및 정책결정 과정에서 중심역할을 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고 했다.

그는 "金대통령이 국정 전체를 도맡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여론과 실정 (失政) 의 부담에 직접 노출되는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고 배경을 설명했다.

JP는 아직 이같은 역할분담 문제를 주변 측근이나 자민련쪽에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민련의 비충청권 고위 당직자는 "소수 연합정권 공동의 위기 앞에 JP가 어느 때보다 DJ와 공동운명체 의식을 느끼고 있으며, 이런 역할분담을 흔쾌히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 고 예상했다.

다만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주류측은 DJP 역할분담이 과연 인사권.검찰지휘권 등의 민감한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여권 일각에선 "공동정권 위기돌파가 성공한다면 현 체제 아래서 사실상의 2원집정부적 혹은 내각제적 권력운용이 실현되는 것으로, 연내 개헌문제 담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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