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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회의.자민련 합동의총] 고강도 처방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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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9일 낮 굳게 문을 걸어 잠근 국회의사당 146호실. 위기감.분노와 함께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는 여당의원들의 목소리가 문틈에서 거침없이 새어나왔다.

옷 로비 의혹 사건, 재선거 참패, 검찰의 파업 유도 발언, 법무부장관 해임 등 '릴레이 악재 (惡材)' 속에서 열린 국민회의.자민련의 합동 의원총회장이었다.

먼저 박태준 (朴泰俊) 자민련 총재가 침울한 표정으로 "정권 초기단계가 지나고 사고가 연발하고 있다.

자신을 갖고 슬기롭게 대처하자" 고 의원들을 다독거렸다.

그러나 분위기가 풀어질 기미는 없었다.

김영배 (金令培)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은 "고위공직자 부인이 고급 옷가게에 떼지어 드나들고, 파업을 유도했다는 발언은 모두 공직기강 문제" 라며 "흐트러진 공직기강 단속으로 난국을 돌파하자" 고 강조.

이어 열린 의원들의 비공개 자유토론에서는 수뇌부의 대처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특검제 도입' '진형구 전 대검 공안부장 사법처리' '사직동팀 해체' 등의 고강도 처방요구가 줄을 이었다.

자민련 박철언 (朴哲彦) 의원은 "경복고 출신인 秦전부장은 과거 김현철 인맥" 이라고 주장하며 "대낮에 술을 마시고 파업 개입을 언급한 秦전부장은 사법처리해야 한다" 고 촉구. 朴부총재는 "최순영 리스트도 명백히 수사해 의혹을 해소하고, 초법적인 사직동팀은 즉각 해체하라" 고 톤을 높였다.

국민회의 조순형 (趙舜衡) 의원은 "도덕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국민의 정부는 실패한다" 며 "우리 지지기반인 중산층과 서민, 재야.시민단체는 물론 양대 노총이 돌아서고 있다" 고 지적했다.

그 해법으로 趙의원은 "대통령 공약인 특검제를 즉각 도입해야 한다" 며 당론과 다른 소신발언을 했다.

趙의원은 부패방지법 제정, 국민연금 시행의 전면 재검토, 교원 정년 원상회복, 대통령 직언 채널 제도화 등 쇄신책을 쏟아낸 뒤 "야당이 발목을 잡아도 책임은 결국 여당 몫" 이라는 뼈아픈 지적도 했다.

국민회의 한영애 (韓英愛) 의원은 "검찰은 진형구씨를 읍참마속 (泣斬馬謖) 의 심정으로 형사입건해 수사하라" 고 가세. 자민련 김일주 (金日柱) 의원은 "자기 아들이라도 죄를 지으면 내리쳐야 하는 게 순리" 라고 했고 이원범 (李元範) 의원은 "청와대와 검찰의 통치 속에 의원들의 역할은 뭐냐" 고 탄식.

자민련 이인구 (李麟求) 의원은 "김봉호 부의장의 사회권 보장같은 편협한 문제에 매달리지 말고 즉각 국회를 열어 정면돌파하자" 고 제안. 그러나 이날 자기쇄신 노력, 대통령에 대한 직언 여부 등 공동여당 자체 반성은 거의 없어 회의가 끝난 뒤 당 일각에서는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최훈.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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