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내가 없으면’ 이라는 질문을 던져 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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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우의 신건강인센터
박민수 원장

'락(樂) 다이어트' 습관훈련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체중계 바늘에 뚜렷한 진전이 없는 40대 여성분이 계십니다. 뭔가가 체중감량 의지를 가로 막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생활습관에 대한 심층인터뷰를 하는 중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습니다. 요즘 특별히 괴롭거나 억울한 일이 있습니까? 그녀는 바로 맞장구를 치지 않았지만 순간 그녀의 눈빛에서 흔들림을 감지하였습니다. 요즘 당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 남편인가요? 자녀인가요?

많은 여성들이 가슴속에 품어두고 사는 한마디가 있습니다. 외롭다, 괴롭다 내지는 억울하다는 것입니다. 홧병이나 우울증은 물론 참으로 다양한 정신신체질환을 일으키는 외롭고 공허한 느낌은 어디에서 올까요? 홧병이나 우울증이 우리 나라 여성들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관계의존심리 때문입니다. 즉 너를 위해 이렇게 살아왔는데 ‘왜 이러니 또는 이정도밖에’ 라는 타인에 대한 의존과 기대심리에서 괴롭고 억울함의 뿌리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 여성의 관계 의존의 일반 대상으로는 남편과 자식이 있습니다. 의존 심리는 대상자들이 자신이 생각한 만큼 반응하지 않거나 다른 방식으로 반응할 때 질병이나 증상으로 전환합니다.

물론 의존성이 심화되어 홧병이 되고 우울증으로 전환되면 당사자들도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합니다. 잠도 오지 않고 소화도 안되고 여기 저기가 아픈 괴롭고도 힘든 증세가 시작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은 괴롭고 억울함의 뿌리에 대한 미련을 거두지 않습니다. 아니 못한다 라고 해야 사실일 것입니다. 대신 억울함과 괴로움을 중독적 행위로 달래다보니 몸은 점차 병들고 하나 둘 늘어난 증상은 대응력을 더 약화시켜 조그마한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민감한 몸으로 변해갑니다. 관계의존심리를 가진 여성들이 비만해지기 쉬운 이유가 대부분 먹기를 통해 스트레스에 대처한 결과입니다. 그녀 역시 남편의 무신경함에 대한 스트레스를 폭식이나 과식으로 해소하고 있었습니다.

남편이나 자식에 대해 올인하지 말고 독립하라 처방을 내리면 대개 다음과 같은 반응들입니다.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다는 의아한 눈길에서부터 “살아온 시절이 아까와요”나 투자한 것이 아깝다는 대답 혹은 “그러면 이제는 뭐하고 살아야 하나요?” 라는 진지한 물음까지 각양각색입니다.

남자분들의 경우는 대상이 다소 달라집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일 입니다. 일에 대한 열정과 집념이 도가 지나치다보면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거나 초조한 금단증상이 생기고 일이 뜻대로 되지 않거나 좋은 평가를 받지 않으면 우울해지는 일중독 단계로 전진합니다.

관계의존이나 일중독의 공통점이나 문제점은 자신보다 대상을 우선한다는 것입니다. 이러다보면 자신의 능력을 초과하여 과로하거나 스트레스가 지나쳐 내 몸을 망치는 쪽으로 대상이 주는 압박감을 해소하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대상중심 사고에서 나 중심 사고로 전환할수 있을까요?

저는 “내가 없으면 이라는 질문을 던져보아라” 라고 주문합니다. 결국 일에 올인하거나 사람과의 관계에 집중하는 것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그러는 것이 아닙니까? 따라서 본말전도의 모순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보다 자기중심적으로 인생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에서 100세 장수노인들을 인터뷰한 글에서 재미있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102세 장수노인의 증손녀는 할머니의 가장 인상깊은 점을 솔직함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할머니는 스트레스 받지 않으세요. 어떨 때는 너무 솔직해서 무정하게 들리기도 하죠. 우리가 할머니를 보살펴드리겠다고 하면 할머니는 ‘됐어 내가 스스로 돌볼거야’ 라고 말씀하셔서 섭섭한 적도 있어요. 그렇지만 유쾌하고 강건한 할머니를 보면 기분이 좋아요.”102세 그녀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자신에게 충실하였기 때문에 다른 사람까지 행복하게 할수 있었던 것입니다.

‘내가 없으면’ 질문은 해결할수 없는 일이나 예측할수 없는 다른 사람의 반응에 좌지우지당하지 않는 대상초월 연습을 보다 쉽게 만듭니다.

둘째는 내 몸 차이 연습을 통해 대상에 집착하는 강박적인 사고를 극복하는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대상에 몰입된 사람들은 하루 종일 생각이나 상념에 사로잡혀 비활동적인 상태에서 하루를 보냅니다. 이러한 생각과잉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단순하더라도 자신의 건강에 관련된 목표 한가지를 세워서 거기에 집중하여 머리과잉을 지워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목표에는 체중감량이나 금연과 같은 결과중심적인 목표나 일주일에 몇 회 운동이나 명상과 같은 과정중심적인 행위들 모두 포함될수 있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다음과 같은 처방을 내렸습니다. 남편을 변화시키려는 생각에 집착하지 말고 담담하게 자신의 입장과 감정을 표현해보기, 돌아올 남편의 반응의 유무나 내용에 대해서는 기대하거나 예상하지 않기, 두 달안에 8kg 감량하기, 가능하다면 남편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는 연습까지도 해볼 것을 권유하였습니다. 행동지침으로 하루에 30분이상 땀 내어 걷기와 20% 절식 처방을 내렸지요. 처음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그녀는 상담을 진행하면서 눈물을 펑펑 쏟고 나더니 이제 해볼 마음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기분전환에는 웃음이나 울음등을 솔직하게 발산하는 감정 정화 행위뿐만 아니라 아무 생각없이 빠른 걸음으로 걷거나 뛰면서 땀을 흠뻑 흘리는 유산소운동도 도움이 됩니다.

‘9988234’ 시크릿의 가장 중요한 생각은 내가 없으면 일도 없고 가족도 없다는 것입니다.

유태우의 신건강인센터 박민수 원장

[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① 건강의 세 가지 길
② 당신 몸의 빚을 알고 있나요?
③ 신종 플루 피해가는 비법
④ 그녀가 목마름을 배고픔으로 착각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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