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발로 뛰는 세일즈’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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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건설 김석준 회장(오른쪽에서 셋째)이 싱가포르 공사 현장에서 설계도면을 검토하고 있다.

“건설에도 벤츠나 BMW와 같은 명품 업체가 있어야 한다.”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의 지론이다. 쌍용건설이 고부가가치 고급 프로젝트 수주 등을 통해 명품 건설사로 도약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김 회장이 강조하는 게 있다. 바로 ‘현장 경영’ ‘발로 뛰는 세일즈’다.

김 회장은 ‘리더십과 패기’가 적절히 조화된 기업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임직원들의 신망도 두텁다. 이런 신망은 그냥 얻어진 게 아니다. 김 회장은 1983년 쌍용건설 최고경영자(CEO)가 된 이후 한해도 빠뜨리지 않고 추석 등 명절에 해외 건설 현장을 찾는다. 스스로 명절을 반납한 채 고향에 가지 못한 현장 직원들을 보듬고 함께 차례를 지내며 위로하고 있다.

크고 작은 해외 프로젝트 현장을 수주부터 시공까지 직접 챙기기로도 유명하다. 발주처에 시공회사 최고 경영자로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게 그 이유다.

실제로 쌍용건설이 해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뿐만이 아니다. 김석준 회장의 인적 네트워크와 발로 뛰는 세일즈 철학이 큰 역할을 했다는 얘기다. 김 회장이 10년 이상 한·싱가포르 경제협력위원장을 맡으며 쌓아온 화교내 정·재계 인맥은 국내 최고로 알려져 있다.

발로 뛰는 세일즈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2007년 9월 57층 3개 동 총 2500객실 규모의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Marina Bay Sands Hotel)공사의 단독 수주다. 사람 인(人) 모양으로 기울어진 고난도 공사로 유명한 이 호텔은 공사 규모도 무려 6억8600만 달러에 달했다. 쌍용건설의 뛰어난 시공 실적과 기술력도 한몫했지만 김석준 회장의 발로 뛰는 세일즈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김 회장은 “인도네시아 외환위기 이후 대부분의 외국 기업들이 철수했지만 우리는 어려운 시기에도 97년 설립한 현지법인을 중심으로 인원을 유지했다”며 “이런 노력이 결국 신뢰로 이어져 2006년 플라자 인도네시아 확장 공사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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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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