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용 검찰총장 사시8회 동기생 '최후의 만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박순용 (朴舜用) 신임 검찰총장의 동기인 사시8회 검사장들은 3일 밤 서울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회동, '최후의 만찬' 을 가졌다.

사시8회는 검찰 내에서 가장 '기 (氣)가 드센' 기수로 평가돼 왔다.

최근까지도 고검장급 2명을 포함, 검사장급 이상만 무려 8명이 남아 검찰내 최대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런데 朴신임총장이 앞의 세기수 (전임 총장은 사시4회) 를 제치고 총장에 임명됨에 따라 졸지에 무더기 사표를 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이날 저녁 회동은 총장에 임명된 동기를 축하해줘야 할 자리지만 분위기가 그렇지 못했다고 한다.

동기생중 떠나고 나갈 사람이 그 자리에서 결정됐기 때문이다.

朴총장은 애초 동기생들과 함께 일하고 싶어한 것으로 알려진다.

취임 직후 그런 취지의 발언도 했다.

그러나 "개혁인사를 해야 한다" 는 대의명분에 밀렸다. 54세인 朴총장은 동기생 중에서도 나이가 어린 축이다. 그래서 대검중수부장.서울지검장 등을 거쳤고 연배도 위쪽인 안강민 (安剛民) 대검형사부장에게 "형님이 총대 좀 메달라" 며 부탁했다는 후문이다.

저녁식사는 오후 7시부터 두시간여 동안 양주 두병을 마셔가며 진행됐으며 불만도 적지 않게 터져나왔다고 한다.

"우리보다 세 (勢)가 미미했던 다른 기수들은 동기생 대부분이 고검장을 하고 나갔는데 우리만 희생양이 돼야 하느냐" , "총장이 우리를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느냐" 는 등의 불만이다.

이에 대해 朴총장은 "정말 미안하다" 며 자신의 출세로 인한 동기들의 낙마 (落馬) 를 위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대세론이 수용됐다.

안강민 검사장이 "세상사가 다 그런 것 아니냐. 후배들에게 구차한 모습 보이지 말자" 고 하자 다른 동기생들은 "사시8회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고 허탈해하면서도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安검사장은 또 4일 오전 동기들에게 전화를 걸어 "사표를 오늘중 제출해달라" 고 요구하는 악역도 맡았다.

8회의 거취로 전전긍긍하던 법무부는 이들이 이날 사표를 내자 곧바로 대대적인 인사작업에 들어갔다.

김종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