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물에 빠진 학생 구하려다 참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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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웃의 불행을 막으려다 먼저 가신 아빠가 한없이 자랑스러워요. " 31일 오후 4시 경기도의정부시의정부4동 추병원 영안실. 강에서 물놀이 중 떠내려가는 중학생 2명을 구하려다 물에 빠져 숨진 이철희 (李哲熙.38.새시 설치업.의정부시녹양동) 씨의 영정 앞에서 아내 안화영 (安花英.37) 씨 등 유가족들은 슬픔과 충격 속에 오열하고 있었다.

특히 상주인 큰아들 동규 (東圭.13.의정부 서중2) 군이 의연한 모습을 잃지 않고 있었다.

"용기를 잃지 말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 고 위로하는 친지들에게 동규는 또렷한 목소리로 "아버지에게 배운 용기로 꿋꿋하게 동생 (12.초등6) 을 보살피며 훌륭히 자라겠다" 며 입을 굳게 다물어 주위를 숙연케 했다.

李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3시쯤 경기도연천군미산면 마포대교 인근 임진강 하류에 친구 6명과 함께 물놀이를 갔다.

천막에서 휴식을 취하던 李씨는 "살려달라" 고 외치며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崔모 (15) 군 등 중학생 2명을 보고 친구 3명과 함께 급류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李씨는 빠른 물살을 이겨내지 못하고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중학생 2명을 구해낸 다른 친구들이 고투 끝에 李씨를 물 밖으로 끌어냈으나 이미 李씨는 싸늘한 시신으로 변해 있었다.

부인 安씨는 "평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인 남편이 수영도 미숙한데 옷도 벗지 못한 채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며 "남편의 훌륭한 희생정신이 헛되지 않도록 자식들을 올바르게 잘 키울 각오" 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의정부 =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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