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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관부인 옷로비설] 수습 고심에 몽골서 잠못드는 DJ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모든 상황은 몽골을 방문 중인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언론의 보도내용도 물론이다. 대통령께서 귀국 (1일) 하는 대로 결론내리지 않겠는가. 결론의 잣대는 '민심수습' 이 되지 않겠나. '옷수습' 차원이 아닌…. "

청와대 관계자는 31일 김태정 (金泰政) 법무부장관의 진퇴문제와 관련, 이렇게 말했다.

이중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민심수습' 대목이다.

청와대는 갖가지 채널을 통해 여론을 수렴하고 있으며, 내용은 말할 나위도 없이 "심각하다" 는 것. 결국 金장관 해임 불가피라는 얘기로 귀결된다.

그러나 이는 공식입장의 설명은 아니다.

대통령 부재중 상황대처를 주도한 김중권 (金重權) 청와대 비서실장은 31일 오후 현재 아무 것도 정해진 바 없다고 강조한다.

그간 두차례에 걸쳐 국내상황을 보고했을 뿐 金장관 거취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한 바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金대통령의 몽골 방문을 수행 중인 청와대 관계자는 " (대통령이)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심사숙고중" 이라고만 전했다.

그는 "귀국 후 종합보고를 받은 뒤 결정을 내리게 될 것" 이라고 덧붙였다.

수사결과와 여론추이 등을 종합해 결론을 내리리라는 것이다.

물론 소수로 몰리고는 있으나 일각에선 金장관의 사퇴가 과연 옳은 해법이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개혁에 대한 역풍을 앞으로 어떻게 견디느냐는 반문이다.

이런 의견을 얘기하는 측들의 사고 기저에는 金장관에 대한 金대통령의 각별한 애정과 신임도 자리하고 있다.

97년 대선전의 한 가운데서 'DJ비자금 폭로사건' 이 터졌을 때 '수사유보' 라는 결단으로 김대중 후보를 보호했고, 이후 집권 초반 정지작업에 기여한 金장관의 손을 쉽게 놓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집권당인 국민회의에서조차 金장관 사퇴불가피론은 대세를 이룬 상황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사퇴시킨다고 그것으로 사태가 가라앉겠느냐는 말이 나오는 터다.

김영배 (金令培) 총재권한대행 주재의 대책회의에서 이만섭 (李萬燮) 상임고문은 "민심의 흐름이 심각하다" 며 "대통령이 귀국해 처리할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여권 스스로 결자해지 정신으로 풀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이에 金대행은 "생각이 있으나 다 말할 수는 없다" 며 황급히 회의를 마쳤다.

최소한 전체상황은 金대통령이 칼을 빼드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게 여권의 대체적 기류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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