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도 영화 블랙 ‘이겨낼 수 없는 어둠은 없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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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호 02면

인도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수십 년 내로 미국·인도·중국이 정립(鼎立)하는 3극 체제가 도래한다는 주장이 학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인도와 중국이 모두 초강대국이 될 수 있는지, 미국을 앞지른 중국을 인도가 다시 앞지를 것인지도 큰 관심사다.

인도가 초강대국의 길을 가려면 가난, 빈부 격차, 문맹 등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인도는 민주주의가 60년 이상 지속된 세계 최대 민주국가이며 영어사용자 수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나라라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중국보다 20년 뒤졌지만 금융 시스템, 서비스 산업, 지식 산업의 경우엔 중국보다 낫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달 말 개봉한 인도 영화 ‘블랙’이 호평 속에 상영되고 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은 주인공 미셸 맥낼리가 특수교사 사하이의 도움으로 언어를 습득하고 대학을 졸업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블랙’은 2005년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 최고의 영화 10편’ 중 하나로 선정한 영화다.

‘블랙’은 할리우드 영화가 줄 수 있는 정도의 감동은 발리우드 영화도 충분히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블랙’은 미국의 저술가이자 사회사업가인 헬렌 켈러(1880~1968)의 삶을 다룬 미국 영화 ‘미러클 워커(The Miracle Worker, 1962)’의 비공인 리메이크다.

가족마저 야수처럼 날뛰는 미셸에게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사하이는 미셸을 결코 포기 하지 않는다. 미셸은 사하이를 만나 모든 사물에는 이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말의 세계는 암흑 속 미셸에게 구원의 빛으로 다가온다. 미셸에게 끊임없이 단어 하나 하나를 가르치는 것은 알코올 중독자인 사하이에게 자신의 구원을 위한 외로운 몸부림이었는지 모른다. 서로 신뢰를 쌓은 그들 앞에 눈물을 이겨내게 하는 희망이 항상 함께했다. 희망은 그들에게 결코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을 가져다 주었다.

많은 젊은이가 졸업 후 취업에 실패하고 있다. 그들은 실무에 투입될 수 있는 실력이 있다. 학점이나 외국어 실력이나 인턴 경험 등에서도 손색이 없다. 이겨낼 수 없는 어둠은 없다는 것을 ‘블랙’은 그들에게 일깨워 줄 수 있을지 모른다.

“지식은 네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학 입학 구두 시험에서 미셸에게 던져진 질문이다. 미셸은 대답한다. “지식은… 모든 것이다. 지식은 정신이며, 지혜며, 용기며 빛이며 소리다.”

대학 졸업식에서 미셸은 말한다. “내게 블랙은 암흑과 질식의 색이었다. 그러나 블랙은 성취의 색이며, 지식의 색이며, 졸업 가운의 색이기도 하다.”

‘블랙’에 나오는 인도인들은 인도인보다는 코카서스 인종에 더 가까워 보인다. 극 중 인물 미셸 맥낼리의 가족 또한 영국계 인도인 가정으로 설정돼 있다. 식사도 포크와 나이프로 한다. 이 영화의 배경 또한 인도 종교가 아니라 그리스도교다. 영화 ‘블랙’에는 완벽에 가까운 모방에 성공한 인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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