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밀레니엄 작가] 6. 佛 마리 다리외세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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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96년 첫 작품 암퇘지 (Truismes) 로 프랑스 문단에 큰 화제를 몰고 온 마리 다리외세크 (30.사진) .69년 바스크 지방 바욘에서 태어나 프랑스 최고 학부인 파리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한 수재로 현재 릴 대학에서 문학강의를 맡고 있다.

그녀의 데뷔는 스무 살 때 '르몽드' 에서 주는 '젊은 작가상' 을 받으면서. '암퇘지' 는 첫 장편이자 96년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 소설로 그녀를 일약 국제적인 작가로 만든 셈이다.

'암퇘지' 는 처녀가 암퇘지로 변화한다는 우화적 내용을 줄기로 하는 소설로 주인공은 남성들에게 변태 서비스를 하는 향수가게 판매원. 이 곳에서 그녀는 방탕을 거듭하며 희한한 변화를 경험한다.

건강한 처녀였던 그녀가 조금씩 피부가 붉어지고 털이 나는가 하면 입이 돼지 주둥이로 변한 것. 하지만 그런 속에서도 손님은 끊이지 않아 더욱 방탕한 생활을 계속하다 질 나쁜 손님을 끌어들인다는 이유로 해고당한다.

수렁에 빠진 그녀는 상승세를 탄 정치인의 선거운동 마스코트가 되기도 하고 밤마다 늑대로 변신하는 향수장수에 의해 감금되기도 하는 등 연이어 질곡을 경험한다는 게 줄거리다.

특히 이 소설은 작품성 외에도 대담한 성 (性) 묘사와 프랑스의 극우정치세력을 비유적으로 공격했다는 이유로도 엄청난 화제를 일으켰다. 프랑스 주간지 엑스프레스는 "다리외세크는 참신하고 독특한 재능과 명철함을 지닌 작가로 이야기 꾼으로서의 재능뿐 아니라 반항아적인 대담성을 높이 사야 할 것" 이라고 평한다.

이후 다리외세크는 어느 날 빵을 사러간 남편이 돌연 실종되고 그를 기다리던 여자가 문득 유령들의 존재를 깨닫게 된다는 두 번째 작품인 '유령들의 탄생' (Naissance des fantomes.97년) 을 발표, 관심을 모았다.

"현재를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으면서도 현재를 조명할 수 있는 문학을 할 필요가 있다. 나는 21세기에는 현실과 5분쯤 떨어져서 글을 쓰고 싶다" 는 다리외세크를 프랑스 문단은 주목하고 있다.

현재 열린책들에서 '암퇘지' 가 번역돼 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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