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수4단- 김명완4단 비씨카드배 신인왕전 결승 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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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99년 시작과 더불어 5연승. 3월엔 10전10승. 총전적 23승4패로 6단이하의 신예중에서 승률1위. 제9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 결승에 진출한 김만수 (22) 4단의 성적표다.

김4단은 올해 신인중에서 누구보다도 빛나는 활약을 보이고 있으니 그가 신인왕 타이틀을 차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보인다.

그러나 또 한명의 결승진출자인 김명완 (21) 4단은 이 점을 용납할 수 없다. 김만수에게 이미 일격을 얻어맞아 패자전에서 올라온 처지라고는 하나 지난해까지는 줄곧 자신이 김만수를 앞서왔기 때문이다.

올해는 17승7패. 그렇더라도 김만수 대 김명완의 결승카드는 범같은 신예강호들이 득실거리는 한국바둑계에서 약간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LG배와 춘란배 세계대회에서 연속 4강에 오른 최명훈6단, 삼성화재배 4강 김승준6단, 한국기사중 올해 후지쓰배에서 유일하게 8강에 오른 이성재5단, 얼마전 조훈현9단을 꺾고 이창호9단과 도전기를 치른 안조영5단, 지난해 신인왕이자 세계무대에서도 널리 이름이 알려진 목진석4단, 포스트 이창호를 꿈꾸는 소년기재 이세돌2단 등 기라성같은 강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대진표를 보자. 이 대진표는 8강전 이후의 승자조와 패자조를 보여준다.

번뜩이는 재능의 전투파 이세돌은 묘수풀이의 대가인 권오민2단을 꺾었으나 곧 침착무비의 실리파 김만수에게 꺾였다. 일발장타의 김승준은 기질있는 승부사 목진석을 제쳤으나 냉정하고 인내심 좋은 김명완에게 가로막혔다.

지난해 이대회 준우승자 김명완은 16강전에서 최명훈이란 거물을 물리친데 이어 이성재.김승준 등 최강멤버들을 연파했으나 승자결승전에서 상승세의 김만수에게 가로막혔다.

그러나 김명완은 패자조에서 다시 이세돌과 김승준을 연파하고 최종결승에 올랐으니 그의 안정된 실력에 대해선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사실 김만수4단에겐 내놓고 자랑할만한 족보가 없다. 그는 아직까지 세계대회에 나가본 적도 없고 도전기나 결승전에 나서본 일도 없다. 그런 김만수가 왜 갑자기 올해 두각을 나타내는 것일까. 성실함과 꾸준함이 드디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성실함과 꾸준함은 소위 튀는 것을 추구하는 요즘 젊은이들은 물론 인내심이 좋다는 젊은 프로기사들에게도 몹시 피곤한 덕목일 것이다.

하지만 김만수는 프로에 입문한 지난 5년간 거듭되는 좌절속에서도 변함없이 각고의 노력을 거듭해 결국 바둑에 대한 나름의 묘리를 터득하기에 이르렀다. 그의 바둑은 강인하고도 실리적이다.

김명완도 인내.성실.냉정의 기풍에서 김만수와 엇비슷하다. 그역시 실리적인 바둑에 능하고, 전투력이 좋지만 칼을 감춘채 쉽게 뽑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무수한 기재 (棋才) 들을 제치고 고전적인 덕목을 지닌 이 두사람이 최종결승에 오른 것은 바둑이 왜 '인 (忍) 의 기예' 로 불리는지 다시한번 생각케 해준다.

이들의 결승3번기 제1국은 오는 26일 한국기원에서 시작되며 우승자는 다음달 중국 상하이 (上海)에서 열리는 제2회 비씨카드배 한.중신인왕전에 나가게 된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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