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브랜드 격전장 된 휴대폰 시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프라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에 듀퐁까지 가세했다. 세계 명품 패션 브랜드 경쟁이 아니다. 결전지는 국내 휴대폰 시장이다. 최근 국내 업체들이 이들과 손잡고 명품폰 출시를 잇따라 선언하며 총성없는 ‘명품폰 전쟁’이 시작됐다.

◇듀퐁과 손잡은 팬택 계열=팬택 계열은 최근 '에스.티.듀퐁'과 손잡고 명품 휴대전화인 '듀퐁'을 출시한다고 선언했다. 오는 21일 간담회를 통해 전격 선보일 이 제품은 2세대(G) 휴대전화로 3인치의 화면 크기에 4면 테두리를 모두 금장으로 장식했다. 휴대전화의 한쪽 모서리를 위로 올려 홀드키로 활용하는 등 '듀퐁' 라이터 디자인의 느낌까지 최대한 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팬택 측은 "스카이 브랜드 중 가장 고가인 '큐브릭'(약 80만원)을 뛰어넘는 가격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스카이 브랜드 중 단연 최고가의 명품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37년의 역사를 지닌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스.티.듀퐁'은 세계 럭셔리 라이터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으며 필기구, 가죽제품, 액세서리 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불붙인 프라다, 불붙은 아르마니=명품폰 원조는 LG전자의 프라다폰이다. 지난 2007년 5월 출시된 프라다폰은 한국에서 20만대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100만대 이상을 판매한 밀리언셀러 제품이다. 프라다폰의 성공에 이어 지난 6월 국내 출시한 ‘프라다폰2’(LG-SU130) 역시 한달 만에 5000대 이상 팔며 이름값을 하고 있다. 국내 최고가인 179만3000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웃돈까지 주며 구입할 정도로 열광하는 소비자가 여전히 많다.

삼성전자는 LG전자가 프라다폰을 출시하자 곧바로 이탈리아 명품 회사인 아르마니와 손잡고 '조르지오 아르마니폰'을 해외 시장에 선보였다. 지난 해 9월에는 프리미엄 뮤직폰 '엠포리오 아르마니폰'을 내놓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SK텔레콤과 KT를 통해 이달 말쯤 '아르마니폰'을 국내 시장에도 출시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프리미엄 풀터치폰으로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직접 디자인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운영체제인 윈도 모바일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3.1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디스플레이와 슬라이드 키패드를 채택해 '보는 휴대폰'으로 승부를 건다는 전략이다.

◇제품 스펙 어떨까=듀퐁폰과 아르마니폰의 제품 사양은 공개되지 않아 비교가 불가능하다. 명품폰 특성상 기능적인 측면보다는 디자인이나 외형의 차이가 크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많다.
프라다폰2의 사양을 보면 고속패킷접속(HSPA) 방식의 3세대(3G) 휴대폰으로 3인치 전면 터치스크린, 500만 화소 카메라 등으로 기존 제품들과 차별성이 없다. 하지만 발신자 정보표시, 문자메시지 확인, 통화 보류 및 거절 등 편의성을 갖춘 손목시계 형태의 '프라다 링크'에 오히려 더 큰 관심이 쏟아졌던 만큼 앞으로 출시될 듀퐁폰과 아르마니폰도 이같은 깜짝 선물이 공개되지 않겠냐는 기대도 많다.

업계 관계자는 "여름 이후 이동통신업계 보조금이 축소되면서 휴대전화 판매량이 급감했지만 80만원대 이상의 고가 프리미엄폰의 인기는 여전하다"면서 "LG의 명품폰 전략이 맞아 떨어지면서 삼성, 팬택 등도 수익성 확보와 브랜드 인식 제고를 위한 명품폰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