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의 바다' 인터넷…콘텐츠시장 69% 점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지난 1월 31일, 미식축구 결승전인 '슈퍼볼' 게임에 30초짜리 TV 광고가 나갔다.

여성 속옷 판매회사인 '빅토리아 시크릿' 이 봄철 속옷 패션쇼를 알리는 내용. 그후 한 시간 동안 이 회사의 홈페이지는 무려 1백만건이 넘는 히트 (접속) 를 보였다.

인터넷이 출현한 이래 한 시간 히트수로는 최다 기록이었다.

이후 이 회사의 주식은 이틀 만에 두배나 뛰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인류 출현 이래 '섹스는 장사가 된다' 는 속담이 틀린 적이 없었죠. " 이 회사 브랜드 및 서비스 개발 담당 사장 에드 라젝이 당시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21세기를 정보화시대로 몰고 가는 인터넷 시장에서도 이는 어김없이 맞는 말이다.

한마디로 인터넷이 포르노 세상이 되고 있는 것. 영국의 데이터분석회사인 '데이터모니터' 가 21일 밝힌 인터넷시장 조사 내용을 보면 지난해 미국과 유럽에서 성인사이트가 벌어들인 돈은 9억7천만 달러. 각종 정보를 파는 인터넷 콘텐츠시장 매출총액 (14억달러) 의 69%를 차지한다.

2003년에는 14억달러를 차지해 콘텐츠사업은 물론이고 인터넷 관련 모든 사업 매출액의 58%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이 회사의 분석이다.

사업분석가인 슐피 오딧은 "다른 업종과 달리 성인사이트에 접속하는 네티즌은 돈을 지불하는 문제를 크게 걱정하거나 망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고 설명했다.

내용만 좋으면 돈은 둘째라는 것이다.

여기에다 성인사이트 주 고객은 30대 이상 직장인. 고정 수입이 있기 때문에 접속자 대부분이 유효수요라는 이점이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회사인 '미디어 매트릭스' 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한달 동안 전세계 인터넷 접속건수는 약 5천만건. 이중 성인사이트 접속건수는 약 1천8백만건으로 3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남자의 경우 경제활동을 하는 25~54세 사이에서는 성인사이트 접속비율이 약 절반에 가까워 이들이 주 고객인 것으로 드러난 상태. 여성의 성인사이트 접속비율은 남성에 비해 낮지만 주 고객은 남성과 마찬가지로 25~54세의 직장인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 성인사이트연합 (UAS) 마크 티아라 회장은 "지난해 9월 검색엔진을 거쳐 성인사이트로 접속하는 비율이 30%대였으나 올 5월 들어서는 50~60%까지 올라가고 있다" 고 말했다.

검색엔진을 이용한 인터넷 접속자 두명 중 한명은 성인사이트를 찾는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 구멍가게식으로 운영되는 성인사이트에 대한 일반투자자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UAS에 따르면 현재 매출기준 상위 5백개 성인사이트에는 벤처 캐피털 차원을 넘어 일반투자자의 투자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

최형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