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동의 중국통신] 한국 바둑 이길 비밀병기 키우는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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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중국 바둑은 우리가 지킨다."

한국 바둑에 힘을 못 쓰는 젊은 후배들을 끊임없이 질책해온 중국의 대부 녜웨이핑(衛平)과 마샤오춘(馬曉春)이 노구(?)를 이끌고 직접 세계무대에 나선다. 31일 시작되는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본선이 그 무대다. 녜웨이핑은 주최 측 와일드카드로, 마샤오춘은 삼성화재배 랭킹 4위의 자격으로 본선 32강의 티켓을 받았다(지난해 삼성화재배는 와일드카드였던 조치훈9단이 우승을 차지했다).

중국 바둑엔 3명의 용띠가 있다. 52년생 녜9단, 64년생 마9단, 그리고 76년생인 창하오(常昊)9단이다. 중국 바둑계보에서 이들은 대룡(大龍), 중룡(中龍), 소룡(小龍)이라 불린다. 이들은 모두 중국 바둑의 일인자 자리에 올랐으며 한국 바둑에 의해 무너졌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녜9단은 조훈현9단에게, 마9단은 이창호9단에게 무너지며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젊은 창하오 역시 이창호-조훈현에게 연타당한 뒤 깊은 슬럼프에 빠져 있다.

이름 짓기 좋아하는 중국 언론은 창하오와 더불어 저우허양(周鶴洋).왕레이(王磊) 등을 묶어 6소룡이라 불렀다. 이후 새롭게 부상하며 중국 랭킹 선두를 다투고 있는 구리(古力).쿵제(孔杰).후야오위(胡耀宇).펑취안(彭筌).왕시(王檄) 등은 소호(小虎:작은 호랑이)로 분류했고, 이 중 선두 3명을 묶어 삼검객이라 칭한다.

작은 호랑이들은 순식간에 6소룡을 무력화시키며 중국 내 타이틀을 접수했다. 그러나 이들도 한국을 이기지는 못한다.

중국은 그래서 새로운 비밀병기를 키우며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리저(李喆).천야오예(陳耀燁).가오링이(高靈益) 등 10대 전반의 강자들인데 이들에겐 소표(小豹:작은 표범)란 이름이 붙었다. 6소룡과 소호.소표 등이 모두 고전하는 세계무대에서 80, 90년대 중국의 성세를 이루었던 대룡과 중룡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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