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밀레니엄 내각의 구성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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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15개월만에 전면적인 개각이 거론되고 있다.

그 동안 국민연금 파동, 한.일어업협정, 한자병용 등의 정책혼선, 제2차 조직개편에 따른 신설부처 장 (長) 의 임명과 공직사회의 동요와 침체, 총선 준비를 위한 일부 정치인 출신 장관에 대한 고려 등 개각의 필요성이 누적돼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기본적인 정책통제 및 조정시스템이 현저히 약화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 및 정치개혁을 강력히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근본적으로 현 정부가 자민련과 공조를 통해 창출된 공동여당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인한 내각의 '전문성 결여' 에 기인한다.

즉 초기의 내각구성은 장관으로서의 전문성과 능력보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 김종필 (金鍾泌) 국무총리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좌우돼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 많이 임명됐다.

따라서 대통령과 정치적 이해가 다른 장관들이 대통령의 국정운영방향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 정책혼선에 따른 국정의 난맥 현상이 빚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혼선을 미리 막고 효율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점차적으로 내각 대신 청와대 중심, 즉 대통령이 사소하게 많은 것을 직접 챙기는 국정운영이 심화돼 왔다.

이러한 집권적 국정운영 경향은 내각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저하시켜 관료들의 확고한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실제로 환란위기 극복과 구조조정, 그리고 부실기업 퇴출 등 숱한 국가적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새로운 정책을 갖고 문제 해결의 전면에 나서는 장관을 볼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관료의 전문성 발휘와 자발적인 협조를 필요로 하는 대통령의 행정적 리더십 약화가 초래됐다.

따라서 金대통령은 이번 개각을 통해 자율성과 창의성이 결여된 현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새롭게 해 그가 표방한 '강한 정부' 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하여 주춤거리는 경제개혁과 정치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 현재의 경제위기를 신속하게 극복하고 새로운 천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렇게 중요한 '밀레니엄 내각 구성' 에 대해 몇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장관은 대통령의 국정방향을 이해하고 그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단지 개인적인 명예심에서 자신의 소신과는 상관없이 장관직을 맡는 경우는 부정.부패.무능한 정부를 초래한다.

지금까지 정부 고위직을 맡는 것이 무엇보다 가문의 영예로 생각되는 우리의 유교문화 풍토에서 맡을 직책에 대한 전문지식.경험.소신 등에 대한 고려 없이 그 인물의 성품과 대통령과의 친밀도 위주로 공직이 주어져서는 안된다.

둘째, 특정정책에 대한 중장기적 시각을 갖고 전문성이 뛰어난 인물이 필요하다.

실제로 지난 한.일어업협상 및 국민연금 확대실시 파동에서 이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히 드러났다.

이러한 전문성에 입각한 임명은 동요하고 있는 현 공직사회를 안정시켜 그들의 창의성과 자발적인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아울러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충성심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그들 자신의 직위 또는 전문성에 대한 충성심이 필요하다.

즉 정책수행시 대통령과 의견이 다른 경우 자리에 연연해 눈치만 보기보다 기탄없이 반대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무능한 정부를 방지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소신과 대통령의 뜻이 다르다고 생각될 때 주저없이 직위를 포기할 수 있는 인물을 충원해야 한다.

셋째, 지금까지 현 정부는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지역안배라는 모양새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장관 임명에 있어서도 '상징적 중요성' 이 강조됐다.

따라서 전문성보다 현실적으로 지역안배.출신학교.성별.나이 등 고려할 요소가 많아 실질적으로 대통령을 보좌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이 임명됐다.

그러나 호남지역에 기반을 둔 현 정부가 실질적으로 지역주의 해소에 공헌하는 길은 전문성을 강조한 내각 구성을 통해 현 경제난국을 신속히 극복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수.비호남.구여권으로 대표되는 현 정부에 대한 '지속적 부정자' 들의 우려와 불만을 잠재우고 그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때 지역주의 해소의 길이 열린다.

마지막으로 경제위기의 가장 큰 책임자들인 기득권 세력, 특히 정치인.재벌.관료의 고통분담을 강조하는 개혁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 경험있는 개혁인사들을 과감히 기용할 필요가 있다.

결국 정경유착과 고비용 저효율 체제로 대표되는 우리 경제 및 정치의 문제점을 타파하기 위해 전문성을 갖춘 '개혁내각' 이야말로 밀레니엄 내각 구성의 가장 중요한 방향이다.

함성득 고려대교수.정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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