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비행'씻고 양지로 나온 보호소 아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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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올해 뒤늦게 중학생이 된 상호 (가명.16)가 지난 어버이날 용돈을 모아 달아준 카네이션 한송이. '아들의 집' 金광호 (57.경기도파주시조리면) 원장은 요즘 부쩍 어른스러워진 상호의 모습이 대견스럽기만 하다.

"처음엔 그렇게도 나를 피하더니…. 이젠 친아들이나 다름없어요. " 지난 96년 처음 만난 뒤 6개월동안 마음을 열지 않고 말하기조차 꺼려했던 아이. 상호는 재혼한 아버지의 품을 박차고 나와 여기저기 떠돌며 방황하던중 오토바이를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후 소년범을 다루는 분리심사원에서 4호처분을 받고 金원장의 보호를 받고 있다.

4호처분이란 소년법에 따라 소년원에 보낼 수 없을 정도의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을 임시보호소 등에서 교화.보호하는 제도. 상호는 보호기간 6개월을 넘긴지 오래지만 가족들과 연락이 끊기는 바람에 '아들의 집' 이 생활터전이 돼 버렸다.

그런 그에게 金원장은 다정한 아버지면서 엄격한 선생님. "이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건 따뜻한 보살핌이죠. 천성이 나쁜 아이들은 없어요. " 목회활동중 주변사람들의 권유로 원장직을 맡아 7년째 3백여명의 아이들을 맡아온 金원장은 "아이들의 순수함을 굳게 믿는다" 고 말했다.

절도.환각제 흡입 등으로 4호처분을 받은 10대 비행 청소년 30여명도 金원장의 사랑 아래 희망을 배운다.

농작물도 가꾸고 배움의 기회를 놓쳤던 몇몇 아이들은 학과수업에도 열심이다.

金원장은 "가족의 사랑을 체험하고 떠난 아이들이 또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기를 바랄 뿐" 이라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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