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체 다양한 법률정보코너 개설…온라인상담 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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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해 3월부터 계약기간 1년으로 전세를 사는 회사원 박정식 (33) 씨. 그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못 받아 고생하다 PC통신의 법률정보서비스 덕을 톡톡히 봤다.

집주인이 막무가내로 전세금 반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고민하던 그는 PC통신에 개설된 온라인 법률상담을 통해 해결책을 찾았다.

최근 보증피해나 부동산 임대차 문제, 교통사고 등 생활 주변의 법률사건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PC통신업체들이 다양한 법률정보를 담은 온라인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여 인기다.

경제한파로 법률소송을 뒤로 미뤘던 사람들이 최근 사건해결에 적극 나서면서 PC법률정보서비스에 대거 몰리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증관계 금융분쟁 신청건수는 올들어 2월말까지 2백2건으로 지난해보다 21%나 늘었다. 더구나 지난해는 소송건수 (법원행정처 집계)가 1백18만 건으로 97년에 비해 36%나 급증했던 시기.

이런 추세에도 지금까지 사건 당사자의 경우 주변 사람에게 자문을 얻는 게 고작이었다. 그나마 적극적인 사람이 전문가를 직접 찾거나 육법전서를 보지만 비용이나 전문지식 탓에 해결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값싼 통신요금으로 안방에서 전문가와 온라인 상담까지 할 수 있는 PC통신서비스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통신하이텔.천리안.유니텔 등 국내 PC통신에는 법률정보 코너가 10~30개 정도 서비스 되고 있다.

이들 코너는 대한법률구조공단 등 공공기관이나 개인법률사무소 등에서 운영한다.

최근 유니텔에 개설된 '법적으로 돈 받기' (go bub) 코너는 1주일만에 정보서비스 이용순위에서 5위를 차지했다. 이 코너에는 특히 IMF이후 급증한 보증피해 상담이 많다.

운영주인 법무사 김정걸 (38) 씨는 "1분 상담에 5백원만 받으면서 합법적으로 채권관계에 대한 해결방안을 쉽게 설명하니까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고 밝혔다.

법률정보는 기본적인 법조항만 담은 코너에서 교통사고.의료사고.이혼소송.성문제 등 특정분야의 생활법률을 상담해 주는 서비스 등 다양하다.

주부 이영순 (23) 씨는 최근 새로 구입한 자동차를 몰고 장보러 갔다가 갑자기 다른 차가 뒤에서 추돌하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런데 상대방이 다짜고짜 李씨의 급정거를 사고원인으로 주장하며 보상금을 요구했다.

보험에 가입도 하기전에 난 사고라 고민을 하던 그녀는 천리안의 '교통사고처리정보' (go ds4972)에 들어가 비슷한 사건의 판례에서 상대방의 과실이 더 크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해 피해보상을 받았다.

하이텔의 경우 대한법률공단에서 무료로 서비스하는 '생활법률정보' (go lawlife)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서비스는 이혼.상속.전세계약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발생하는 사안들이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문답식으로 정리돼 있다.

나우누리는 부동산.성문제.의료사고 등 전문코너 위주로 법률정보를 구성했다. '부동산 세금계산 정보' (go taxq) 는 양도세.지방세.상속.증여세에 대한 사례들이 담겨 있고 온라인 상담을 통한 문답 서비스가 실시된다.

유니텔도 전문코너가 인기다. 가전제품.신용카드.여행 등 생활 주변의 제품 구입 및 사용과 관련된 분쟁을 전문변호사와 상담할 수 있는 '소비자 피해구제와 손해배상' (go sobija) 도 이용량이 많은 서비스다.

이밖에 보인기술의 '대한민국 판례집' , 나라법령정보의 '법누리' 등 컴팩트디스크 (CD) 로 제작된 법률정보도 소프트웨어 전문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보인기술은 인터넷법률정보서비스 (http://www.lawkorea.com) 로 정보통신부의 신소프트웨어 대상을 수상하기도 한 전문업체.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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