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가전·의류등 할부 외상구매 껑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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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신원 명동점은 최근 한달간 옷 판매대금 3억3천만원 가운데 신용카드 비중이 62%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의 경우 카드 매출 비중이 54%에 그쳐 현금판매가 많았던 데 비하면 카드 사용이 훨씬 늘어난 것.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까지는 현금으로 옷을 사는 사람이 많았으나 요즘은 카드.할부 등 외상구매가 늘면서 매출도 함께 뛰고 있다" 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외상구매가 크게 늘고 있다.

금리가 내리고 소비심리가 조금씩 되살아나면서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 초기 아예 없애 버리거나 장롱 깊숙이 넣어 두었던 신용카드를 다시 꺼내 쓰고 있는 것.

이런 분위기는 업종.품목 구별없이 전체적으로 확산되면서 덩달아 매출도 늘고, 은행.백화점 등에는 신용카드 신청이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 4월 전체 매출 가운데 카드.할부판매 매출 비중이 69.7%에 달했다. 평소 60% 안팎인 것에 비하면 무려 10%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2월 한때 최저 17.8%까지 떨어졌던 카드 등 외상판매 비중이 올들어서는 최고 50% 가까이 치솟았다.

또 전국에 30개의 가전.전자 할인점을 보유한 '전자랜드21' 은 올들어 한달평균 매출 2백10억원 가운데 카드와 할부 비중이 60%를 처음으로 웃돌기까지 했다.

회사원 송명국 (33.서울대방동) 씨는 "증권시장 활황으로 돈이 조금 생긴데다 금리 인하로 인해 신용카드 사용이 전처럼 부담스럽지 않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각 백화점들은 지난해 이후 카드 발급을 중단하다시피 규제하던 것을 완화할 계획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LG경제연구원의 전진 선임연구원은 "소비자들이 내구재 고가품까지 할부로 외상구매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중장기적인 고용안정과 미래소득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커졌기 때문" 이라며 "최근의 증시호황으로 인한 잠재적인 재산증가 효과도 이런 소비행태를 부추기고 있다" 고 말했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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