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용광로 축구’ 폭발 … 피스컵 안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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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선수들이 파리아스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파리아스 감독은 2005년 부임 후 정규리그(2007년), FA컵(2008년)에 이어 세 번째 우승컵을 품었다. [포항=이영목 기자]


‘파리아스 마법’에 걸린 포항 스틸러스가 ‘스틸러스 웨이’를 타고 2009 피스컵 코리아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파리아스 감독이 이끄는 포항은 16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부산 아이파크와 대회 결승 2차전에서 5-1로 승리했다.

지난 2일 원정 1차전에서 1-1로 비겼던 포항은 1, 2차전 합계 1승1무(6득점·2실점)로 컵대회 왕좌에 올랐다. 포항이 리그 컵을 우승하기는 1993년 아디다스컵 우승 이후 16년 만이다. 2007년 정규리그와 지난해 FA컵을 우승시킨 파리아스 감독은 이번 대회 우승을 신호탄으로 올 시즌 3관왕에 도전장을 던졌다. 포항은 정규리그 3위(9승10무2패·승점7)로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노리고 있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 올라 있다.

◆무명 노병준의 ‘인간극장’=1차전을 비긴 이날 승부는 선제골 싸움이었다. 기선을 제압한 주인공은 이번 대회를 통해 영웅으로 떠오른 포항 노병준(31)이었다. 전반 6분 데닐손의 왼발 크로스를 노병준이 골지역 오른쪽에서 오른발 강슛으로 연결했고, 이 공이 수비수 맞고 나오자 정확한 크로스로 황진성의 헤딩 골을 어시스트했다. 노병준은 이번 대회에서 4골·2어시스트로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노병준은 지난달 26일 FC 서울과 준결승 2차전에서 생애 첫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지독했던 무명의 한을 털어냈다. 폐암으로 투병 중인 아버지 노흥복(63)씨와 지난해 늦깎이 결혼식을 올린 아내 김안나(25)씨는 두 아들 수인(4)·수찬(2)과 함께 경기장을 찾아 그를 응원했다.

2006년 3월 오스트리아 그라츠 AK에 입단했지만 6개월 만에 소속팀이 파산하며 무일푼으로 귀국한 뒤 아기 기저귀 값도 없이 백수로 보냈던 그에게 이번 우승은 어둠의 터널을 지나 나타난 밝은 빛이었다. 노병준이 만든 첫 골에 힘입은 포항은 전반 14분 데닐손의 오른발 추가 골에다 전반 32분 김기동, 후반 11분 황진성의 추가 골에 이어 후반 33분 김태수의 쐐기 골까지 보태며 대승을 거뒀다.

감독 데뷔 1년6개월 만에 첫 우승을 노리던 황선홍 부산 감독은 고향 같은 스틸야드에서 고개를 떨궈야 했다. 부산은 경기 내내 포항에 주도권을 내주며 후반 1분 양동현의 헤딩골로 영패를 모면했다.

◆활짝 꽃핀 ‘스틸러스 웨이’=‘스틸러스 구단이 가야 할 길’이라는 뜻의 스틸러스 웨이는 포항이 올 시즌부터 추진한 팬 중심 서비스다. 좋은 매너와 함께 더 많이 뛰어 관중에게 재미있는 경기를 선보이는 게 목표다. 1만8500석 규모의 스틸야드에는 이날 2만736명의 구름 관중이 운집했다. 포항은 1억원의 상금을 받았다.

포항=최원창 기자 , 사진=이영목 기자

◆피스컵 결승 2차전 (16일)
포항 5-1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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