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해임.탄핵파문…러시아 경제 다시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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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국제통화기금 (IMF) 의 구제금융 재개 결정으로 숨통이 트여가던 러시아 경제가 다시 휘청대고 있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총리 해임과 하원의 옐친 탄핵안 심의 등 정치적 격랑 때문이다.

17일 알렉산드르 레베드.콘스탄틴 티토프.예고르 스트로예프 등 쟁쟁한 주지사들이 참석하는 연방의회 (상원) 특별회의에서 정국 안정화 방안이 논의되고, 19일에는 총리지명자인 세르게이 스테파신에 대한 인준동의안이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지만 인준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 러시아 루블화는 13일 (현지시간) 달러당 26루블까지 가치가 떨어지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프리마코프 해임 하루 전인 11일의 달러당 24루블에서 8.3%나 떨어진 것이다.

증시도 12일 일시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지며 러시아 주가지수 (RTS)가 16%나 폭락했다.

증시는 13일 2.7% 가량 회복됐으나 금융시장은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가장 큰 문제는 서방 금융기구로부터의 지원이 중단될 가능성이다.

당장 세계은행의 제임스 울펀슨 총재는 13일 "그동안 러시아와 벌여온 30억달러 규모의 차관협상을 중단한다" 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 (IMF) 이 지난달말 러시아에 지원키로 합의한 45억달러 규모의 지원금도 좌초될 위기다.

뉴욕타임스는 14일 "프리마코프 해임으로 IMF 지원금 프로그램이 위기에 놓였다" 며 "IMF는 지원금 제공의 전제조건으로 세수확대 등 경제개혁과 관련된 법안들이 하원에서 통과돼야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힌 바 있어 언제든지 합의사항은 깨질 수 있다" 고 지적했다.

그러나 "더이상 나빠지기는 힘들 것" 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사태로 혼쭐이 난 서방국가들이 러시아 경제가 더이상 악화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다.

한편 크렘린 내부에서는 옐친 대통령이 IMF의 차관확보를 위해 하원의 인준없이 헌법에 보장된 자체 포고령으로 경제개혁안을 선언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돌고 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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