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수첩] 세탁물 인수증 꼼꼼히 챙겨야 뒤탈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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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세탁을 맡긴 베지색 무스탕이 며칠 뒤 밤색 무스탕으로 돌변해 배달됐다. 돌려 보냈더니 이번엔 회색 무스탕이 돼 돌아왔다.

박보현 (29.서울서초구 반포2동) 주부가 최근 무스탕을 세탁편의점에 맡겼다가 겪은 일이다.

'도깨비 방망이' 이야기에나 나올 만한 일이 벌어진 것. 어쨌든 박씨의 원래 무스탕은 세탁과정에서 어디론가 사라져 버려 끝내 찾지 못했다. 세탁편의점 주인에게 무스탕 값 (79만8천원) 배상을 요구했지만 편의점은 본사에서 분실한 것이라며 책임을 미루고, 본사는 자기네 잘못이 아니라며 우기고 있다.

체인점 형태의 세탁편의점이 늘어나면서 이런 세탁물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올들어 접수된 세탁물 피해구제요청은 2백93건 중 약 절반이 세탁체인점과 관련된 것.

전국 3만5천여 세탁소 가운데 세탁편의점이 1천2백여 개 (세탁업중앙회 추산) 인 것을 감안하면 세탁편의점에 대한 소비자분쟁이 유독 많은 셈. 일반세탁소의 경우엔 당사자간의 합의가 쉬운 반면 세탁편의점은 체인점과 본부간에 서로 잘못을 떠 넘겨 소비자들이 피해구제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탁편의점은 체인점별로 세탁물을 수집해 중앙공장에서 한꺼번에 처리, 세탁비가 일반 세탁소의 절반에 불과해 알뜰 주부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곳. 많은 물량을 다루는 만큼 세탁물이 바뀌거나 분실되는 사고가 발생할 소지가 많으므로 이용할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세탁물품과 완성일, 세탁비 등을 적은 세탁물 인수증을 챙겨두는 것은 필수. 세탁물 분실 등 문제가 있을 때 법적 근거가 된다. 세탁물을 돌려 받았을 때는 곧바로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피해보상규정에 따르면 세탁물에 문제가 있을 땐 설사 체인점본부의 잘못일지라도 세탁편의점 업주가 일단 보상하고 본부에 업주가 배상액을 청구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업주.본부간의 책임회피로 처리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피해처리 과정에서 세탁편의점측으로부터 심의결과에 따르겠다는 확약서를 받아두는 것이 소송을 할 경우 이롭다는 것도 기억해 둘 일.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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