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피플] 금호상사 백중길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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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55년 첫 국산 자동차로 생산된 지프형 승용차 '시발 (始發)' , 68년 생산돼 당시 최상류층이 타고 다녔던 '크라운' , 국산 첫 고유모델로 70년대 마이카시대를 열었던 '포니' , 박정희 (朴正熙) 전 대통령의 공식 의전차로 사용되기도 했던 미국 캐딜락사의 '플리트우드 리무진' …. 11일 서울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된 서울모터쇼 행사장에 35대의 국내외 '올드카' 들이 전시돼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많은 차들의 주인은 놀랍게도 한 사람. 방송국과 영화사에 촬영용으로 올드카를 제공해주는 금호상사 백중길 (白重吉.56) 사장이 주인공이다.

白사장은 이번 전시된 차량을 포함 1백여종의 올드카를 보유한 차 (車) 부자. 차값은 팔 게 아니므로 한번도 계산해보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가 올드카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20여년전. 당시 자동차정비학원에 부품 납품업을 하던 그는 직접 학원을 운영해 보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그러려면 교육용으로 옛날 차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한 대, 두 대 모으기 시작한 것. 전국적으로 부품 납품업을 하다 보니 정보를 얻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부친이 이미 30년대에 택시를 소유, 운영했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차에 관심이 많았던 것도 그의 수집욕을 부채질했다.

"희귀한 차가 있다는 소식만 있으면 어디라도 달려갔습니다. 한번은 부산 세관에 35년산 포드차가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10여 차례나 부산에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너무 오래된 차여서 주행 불가 판정이 내려지자 경매에 부쳐졌는데 결국 손에 넣는데 성공했지요. " 차 사는데는 큰 돈 들지는 않았다고 한다. 폐차 단계에 이른 차를 간혹 기증받기도 했다.

가장 비싸게 산 차라야 7년전 구입한 72년산 '시보레' 인데 당시 5백만원을 줬다.

하지만 수리.유지비가 많이 들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대부분. 소장품중 33년산 포드차의 경우 3천만여원을 들여 넉달 동안 수리해 겨우 제 모습과 기능을 찾았다고. 이러다 보니 빚도 적지 않게 생겨 고민이다.

白사장의 최대 고민은 차를 안전하게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것. "지난 90년 대홍수로 당시 경기도 능곡에 보관하던 50여대가 물에 잠겨 결국 모두 포기했습니다. 지금은 경기도 덕소에 우사 (牛舍) 를 구입해 보관하고 있는데 공간이 부족해 절반은 비바람을 그대로 맞고 있지요. "

자동차 박물관을 만드는게 꿈인 그는 "경기도 양수리에 2천여평의 땅을 구했지만 빚 때문에 더 투자할 여력이 없다" 면서 "당장은 차를 보관할 창고를 제공할 만한 독지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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